▲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최근 11월 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한 날씨 기록을 경신했다. 이제 기후위기는 우리 삶의 일부다. 미래를 계획할 때 기후위기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 계획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30년 이전에 지구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기에 기후위기는 더욱 철저하게 고려해야만 하는 미래 변수가 된 것이다. 아마도 해를 거듭할수록 태풍, 홍수, 산불, 가뭄 등 이상기후 상황이 더 강력해지고 더 빈번해질 것이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노력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어서 결국 지구촌이 '공유지의 비극'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암울한 예측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특히 우려할 만한 사항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기후낙담자'의 수가 증가하는 점이다. 2021년 9월 영국의 BBC보도에 따르면 10개국 청소년 1만 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59%가 기후낙담자며, 56%는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래의 희망이 되어야 할 청소년들이 인류의 멸망을 두려워하며 부모세대를 원망하고 학업·직장·결혼·출산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마약 등 각종 범죄에 휩쓸릴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떼강도사건을 보면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모든 인류가 기후낙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이는 사회적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기후낙담자가 된다면 사회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국제사회의 해결책으로는 이런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어렵다.

다람쥐는 가을에 도토리를 주워 서식지 주변에 묻어두는 데 그중에 30% 정도만 겨울먹이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묻어둔 채 놔두어 그것이 결과적으로 참나무 숲이 된다고 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다람쥐가 멍청해서 못 찾아 먹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을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인간은 다람쥐보다도 못한 생물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탐욕을 채우려고 후세들 것까지 빼앗아 환경을 파괴한 인간이 결국은 기후위기라는 준엄한 경고를 받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해 과감한 변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멸종이 올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 간의 탐욕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애국을 내세워 전쟁도 서슴지 않는다. 애국만큼 지구사랑이 부족한 탓이다, 기후위기도 인류가 지구적 윤리관을 가졌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지구생태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지구적 윤리관을 실천해야 한다. 애국이 아닌 지구애를 가지고 삶을 영위해야 한다. 우리의 사고를 이렇게 확장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인류사회가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존의 삶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새로운 프레임워크인 ESGG를 제안한다. ESGG란 지구적윤리관(Ethical)에 따라 지속가능한 방법(Sustainable)을 강구하여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삶의 기준을 국가적 관점에서 지구적 관점으로 확대해야 하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모든 생물종과 공존하면서 지구적 선을 창조적으로 추구하는 지구생태계의 건강한 일원이 되기 위한 가치관의 변화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ESGG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 양극화 등 국제적인 문제 해결은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SGG를 실천하면서 지금까지 삶의 동력이었던 탄소경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탐욕을 버리고, 다른 생물종처럼 지구생태계를 위해 기여하는 공동체의 진정한 일원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빠르게 그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아주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