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 &amp; 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br>
▲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

숲의 생명들이 잠에 빠지는 계절입니다.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나뭇잎을 갉아먹던 먹성 좋던 애벌레들도 번데기로 변하고 땅속이나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모두 숨었습니다. 초록색 엽록소를 벗던 중국단풍나무, 이태리포플러, 은행나무들은 입동이 지나자 세찬 비와 바람에 떨어져 예쁜 단풍잎들이 거리를 수(繡)놓았습니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남동유수지에는 겨울을 지내러 온 손님들이 계속 모이고 있습니다. 가을 변환깃을 하고 나타나 헛갈린 모습이던 청둥오리는 어느덧 “나 수컷이야”라며 정확하게 알려 주고 있고, 알락오리들도 모여서 뱅글뱅글 제자리를 돌며 먹이를 찾기도 합니다. 멀리서도 혹부리오리, 황오리, 큰기러기, 넓적부리, 쇠오리 등 많은 손님의 '꽥꽥~' 이야기들이 들립니다.

요즘 남동유수지 저어새 생태학습관에는 “지금도 저어새가 있나요?”라는 저어새의 안부를 묻는 문의가 옵니다. 11월18일(토)에 잔치를 앞두고 있거든요. 바로 '저어새 환송잔치'입니다.

저어새 환송잔치에 주인공인 저어새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찬바람이 부는 10월부터 저어새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봄에 찾아와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을 잘 키워 이동준비가 되면 남쪽으로 이동합니다. 지금도 저어새들은 생존을 위한 이동으로 아주 분주합니다.

그럼, 어디로 갈까요?

우리나라 제주도, 일본 규슈지방, 더 멀게는 오키나와 섬, 대만, 홍콩, 중국 남부 더 멀리 가는 저어새는 베트남 남부까지도 날아갑니다.

저어새들이 월동지로 잘 이동하기 위해서는 바람을 이용합니다.

북동풍을 잘 타고 가면 스스로 날갯짓으로 가는 것 보다 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북동풍이 부는 맑은 날씨에 길을 떠났다가도 맞바람이나 기상이 악화하면 되돌아오기도 혹은 죽는 저어새들도 있습니다.(공존과 공유 저어새, 국립생태원 참조)

그럼, 모두 월동지로 떠날까요?

한겨울에 인천에서 저어새를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걱정이 한가득 입니다. 어린개체이거나 다른 이유에서 월동지로 이동을 못 한 저어새들의 동사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어새 환송잔치'는 봄부터 아기저어새를 키우고 월동지로 돌아가는 무사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행사입니다. 저어새를 좋아하고 지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 것이지요. 저어새가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이 없어야 더 좋은 잔치.

정말 아이러니(Irony)한 잔치지요? 이 희한한 잔치에 참석하셔서 겨울을 잘 보내고 돌아오길 바라다보면 이 겨울이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신청은 저어새 생태학습관 홈페이지(https://bfs-ecocenter.kr)에서 하시면 됩니다.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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