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만 체육부장
▲ 이종만 체육부장

매년 10월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각 실업팀 선수들의 이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보통 지방자치단체나 체육회 소속 운동경기부 선수들은 계약 기간 종료일이 12월 말이기 때문에 이맘때 팀을 옮길 건지, 아니면 재계약을 할지 결정하고, 전국체전이 끝나면 선택한 곳과 조건을 협의해 연말에 (재)계약을 체결한다.

민선 2기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2022년 말, 마찬가지로 체육계 안팎에서는 종목별로 어떤 선수가 인천으로 오고, 타 팀으로 갈 것인지를 놓고 여러 가지 말이 오갔다.

이때 믿을 수 없는 소문이 돌았다.

인천시청 소속의 A팀 B감독이 자기 아들을 뽑으려 한다는, 정말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 아들을 영입하려는 B감독의 용감하지만 비밀스러운 작업(?)이 해당 부서 직원들을 넘어 알음알음 퍼지면서 체육회 내부는 술렁였고, 결국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공정'을 생명으로 여기는 스포츠에서, 감독이 자기 팀에 본인의 아들을 뽑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해당 선수가 국내, 아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래서 인천에 오면 전력상 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감독으로 있는 팀에 와 사제지간으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심지어 그 선수는 해당 종목에서 매우 뛰어난 성적을 내던 선수도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감독이 본인 아들을 자기 팀에 뽑을 수 있는 '타당한 이유'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버젓이 2022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인천시체육회는 결국 해당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이를 중단시켰지만,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시 한 체육회 직원은 “처음 이야기가 나왔을 때 체육회가 어어하며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 소문이 나고 일이 커지면서 나중에 정신을 차려 멈출 수 있었다”고 했다.

아들을 데리고 올 수 없어진 B감독은 그 해 연말 모임 등에서 인천시체육회를 원망하고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는 목격자가 나오는 등 시끄러웠지만, 해가 바뀌면서 이 일은 조용히 잊혀갔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슬금슬금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인천시청 운동경기부를 수탁해 관리하는 인천시체육회의 내부 반발로 아들 영입에 실패한 B감독이 올해 팀을 통째로 이끌고 인천시청을 떠나 소속을 인천의 한 구청으로 옮기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신, 해당 구청 소속이던 기존 팀은 인천시청으로 보내는 교환 방식이다.

B감독의 이런 시도가 아들의 영입 실패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눈에 집을 바꿔 이사를 하려는 B감독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렇지만 일은 B감독의 의도대로 별 문제 없이 잘 추진되고 있다.

인천시청과 해당 구청은 팀을 맞교환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인천시청이 올해 안에 관련 내부 규정을 개정하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B감독이 옮겨가려는 그 구청의 구청장과 담당 직원들, 또는 인천시청이 지난해 B감독이 벌였던 이 일을 전혀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 있는지 현재 알 수 없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B감독이 그곳에 가서 같은 지난해 실패했던 아들의 영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들 영입 시도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뒤 B감독이 근본적으로 반성했는지, 또는 주위를 원망하며 화를 냈는지 당사자만 안다.

그가 진심으로 반성했다면 'B감독이 새로 옮겨간 곳에서 아들을 뽑으려고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기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로 둥지를 튼 구청에서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

/이종만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