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태원 참사 4일째 쓴 글이다. 이 글을 참담한 마음으로 다시 읽어본다.

「이태원에서 참변이 일어난 지 나흘째. 고귀한 영령께 곡을 한다. 못다 핀 젊은 영혼들이 많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이런 글 쓰는 것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두 번째는 세월호 때. 세 번 모두 공교롭게도 국민의 힘과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 모두 권력을 쥔 자들의 망동이 있고 비극이 일어났다. 인과관계가 그렇게 성립되었다고 믿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적을 제거하려는 검찰에 의해, 세월호 때는 정부의 무능한 대처 때문에, 이태원은 매뉴얼조차 없었고 경찰은 출동조차 않았다.

정부의 행태와 드러나는 진실에 분노한다. 10만 명[실제 30만 명]이 모이는데 주최자가 없다고 경찰관을 배치하지 않았단다. 마약 단속 인원만 투입하였다는 게 말이 되는가.[137명 배치]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과 지방 조례, 국가의 의무에 대한 세계의 비판이 잇따른다.

이런데도 정부 행태가 전과 똑같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는 북한의 도발을, 세월호 때는 유언호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도 용산구청장과 행정안전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변명으로 일관하더니, 대대적인 팀을 꾸려 토끼머리띠를 찾겠단다. 토끼머리띠[혐의 없음으로 종결]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진실은 죄 없는 156명[159명]이 공권력 부재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우리 보수 언론은 자제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정부를 위해서인지 저러한 ‘가쉽성 기사’로 또는 여론을 돌리려는 ‘획책성 시사’로 진실을 흐리고 있다.

범인은 이 나라를 야만공화국으로 만든 용산구청과 경찰청, 행정안전부, 대통령이다. 직무유기를 한 국가와 정부가 범인이다. 참사 이틀 뒤, 시민단체를 탐문하고 세월호 언급하며 ‘정부 부담 요인’이란 문서나 만드는 게 공권력이란 말인가. 이런 후진국 형 인재(人災)를 가리려고 참혹하게 죽은 ‘참사(慘死)’를 단순 ‘사고(事故)’라 부르고 공권력의 안일함과 무능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犧牲者)’를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고자(事故者)·사상자(死傷者)’로 정의하고 ‘근조(謹弔) 없는 리본’을 패용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얼굴도 이름도 없는 분양소’를 만든 게 정부인가. 참사 사흘째 가서야 영혼 없는 사과를 하는 것이 국가인가. 그러라고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것이란 말인가.

세계의 비판이 잇따르자 이 나라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급히 외신기자들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변명으로 일관하고 곤댓짓에 웃고 농담까지 하였다. 마치 인두겁을 쓴 괴물들 세상 같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촛불혁명을 이룬 대한민국이 윤석열 정권 출발부터 무너져 내렸다. 무능과 무지, 무례로 권력만을 탐하는 저들에게 국민으로서 자존심은 처절히 짓밟힌다. 이 나라 역사상, 길 위에서 156명[159명]이 한 날 한 시에 참혹한 죽음을 맞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엊그제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가 지났다. 159명이 차디찬 주검이 되었다. 분명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1주기 추도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집회라며 불참하였다. 참사 유발자 그 누구도 잘못을 뉘우치거나 반성치 않고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이 참사를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쉬(crush)」로 제작 발표하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참사 발생과 원인을 집중 분석하는 등 진실 규명에 접근했다. 사건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정부로서는 매우 불편한 게 사실일 거다. 그래서인가? 인터넷이 그렇게 발달한 대한민국이건만 예고편조차 보지 못한다. 언론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작동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1주기가 되도록 그렇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사실이 아닌, 진실을 찾는 게 이 나라에서는 보물찾기가 되어버렸다.

세계 외신들도 이를 비판적으로 보도한다. 「뉴욕타임지」는 “한국의 핼러윈 참사 이후 처벌이나 변화는 조금도 없다(Little Punishment or Change After South Korea’s Halloween Calamity)”(10월 21일)라는 단정적 표제를 뽑았다. 기사에서 ‘정부는 오히려 이 참사에 거리를 두고 사람들은 여전히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나라 주요 언론은 이에 대한 진지한 보도조차 없다. ‘우리가 사는 2023년 대한민국은 중세 암흑기의 터널’로 퇴행하여 역진입한 듯하다. 이 가을, 꽤 시린 바람이 옷깃을 자꾸만 자꾸만 파고든다.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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