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이천시 갈산동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A씨는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을 겪고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소방서의 구급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병원에선 뇌출혈이 의심된다며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A씨는 대학병원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하지만 소방 구급차는 이용할 수 없었다. 인구 대비 구급차 수가 부족한 특성상 의료시설이나 지역 간 이동은 하지 않는다는 이유. 결국 A씨는 병원에서 불러준 사설 구급차를 타고 화성시의 한 병원으로 옮겼다.
인구 급증 추세인 경기도에서 소방의 119구급차가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119구급차 1대당 무려 7만명 넘는 시민을 책임지고 있는데, 구급차는 경기도 전역에서 해마다 고작 10대 안팎으로 느는 수준이다.
공공 역할을 분담하는 사설 구급차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택지개발 가속화와 기업체 유입 등 영향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6년부터 보면 당시 1309만여명에서 2017년 1325만여명, 2018년 1348만여명, 2019년 1365만여명, 2020년 1380만여명, 2021년 1392만여명으로 매년 최소 12만여명에서 최대 23만여명이 늘었다.
지난해엔 1397만명으로 증가했다가 올해 4월 14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도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장래인구추계(2020~2040년)에 따르면 2039년에 1479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러한 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다른 시·도에서 비해 경기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방의 119구급차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천일보가 파악한 2022년 기준 119구급차 1대당 담당 인구수를 시·군별로 보면 부천이 가장 많은 7만1830명이었다. 화성과 수원도 7만명을 넘었다.
안양, 용인, 의정부, 하남, 시흥, 고양, 남양주시는 6만명을 웃돌았다. 이어 광명 5만7589명, 성남 5만4266명, 김포 5만3807명, 안산 5만3472명, 군포 5만3243명, 광주 4만8933명, 오산 4만5970명, 평택 4만4502명, 의왕 4만55명, 구리 3만7740명, 이천 3만1817명 등 순이다.
도 소방재난본부의 구급차는 예산이 부족한 탓에 미미하게 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해엔 내구연한이 지나 폐기하는 등의 이유로 줄기도 했다.
최근 5년 동안 도 소방재난본부의 119구급차 보유 현황을 보면 2018년 240대, 2019년 251대, 2020년 263대, 2021년 261대, 2022년 274대다. 지금은 277대 있다. 현재 허가된 도내 사설 구급차는 231대로, 공공과 민간의 가동 규모가 불과 46대 차이다.
119구급차는 통상 차량 자체도 그렇지만 구급 장비까지 더하면 대당 1억여원 정도의 재원이 수반된다. 도 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1대 구입에 1억3200만원을 들였다. 매해 차량이나 장비 단가가 달라져 어떤 해엔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때도 있다는 게 소방의 설명이다.
도내 한 소방서 관계자는 “도심은 그나마 낫다. 발전이 더딘 지역의 경우는 큰 병원이 없어 지역 간 환자 이송이 잦지만, 소방이 그 수요까지 전부 감당하기란 불가능”이라며 “소방과 사설 구급차의 역할과 협조 체계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출동량이 급격하게 늘고 안전센터가 설치되면 구급차를 배치해야 하는 게 조건”이라며 “소방의 경우 매년 그 표준이나 규격이 엄격하게 적용돼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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