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16)가 지난 1일(현지시각) 테헤란 지하철역에서 열차 밖으로 끌어내려 지고 있다. 가라완드는 당시 히잡을 쓰지 않고 지하철에 탑승했다가 다른 여성들에 이끌려 하차한 뒤 역 바닥에 눕혀졌다./사진=AP, 연합뉴스

이란에서 '도덕경찰'로 불리는 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와 히잡 미착용과 관련해 승강이를 벌인 뒤 의식을 잃은 10대 소녀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져 수개월 만에 진압됐던 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 등에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이달 1일 아르미타 가라완드(16)는 2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히잡을 쓰지 않고 열차에 올랐다가 곧 다른 여성들에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족 인권 단체 헨가우는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그를 지도순찰대 소속 여성 대원들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당국은 이를 부인하면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다가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쳤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당국은 그 진상을 밝힐 핵심 증거인 지하철 내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공개하지 않아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이후 혼수상태에 빠진 가라완드는 의료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란 국영 IRINN 방송은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건강 상태에 관한 후속 소식들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상태가 '뇌사'(brain dead)임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지난해 9월 13일 당시 22살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와 닮은꼴로 보도되며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미니는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체포돼 조사받던 중 쓰러져 사흘 만에 숨졌다.

이란 경찰은 아미니가 기저질환으로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그의 유족이 시신에 구타 흔적이 있다고 밝히며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분출되면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게 된 것이다.

이후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는 수개월 만에 진압된 양상이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억눌러졌을 뿐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당국은 그간 사회 통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특히 히잡 시위와 관련해 100명 가까운 언론인을 체포하기도 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