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테이 주민, 로컬 투어 프로젝트
동두천 시작 연천·포천·파주서 진행
1일 10명 한정…사전예약 참가 가능
첫번째 코스에 문화 유산 '덕진산성'
무인도 초평도 일대·철새 볼 수 있어
전쟁과 평화의 상징 DMZ(비무장지대)가 생태의 보고로 떠올랐다. 전쟁이 훑고 간 자리에 철새가 날아들고 씨앗이 싹트며 평화와 치유의 상징이 되었지만, 그 자리를 다시 사람이 차지하며 토종과 외래종이 뒤섞이는 생태계 교란이 재현되고 있다. 다변하는 DMZ의 생태는 역사 그 자체다. 경기문화재단과 DMZ 문화예술공간 통은 해마루촌을 중심으로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의 일환인 '에코스테이 주민(Zoom-In)'을 진행하며 지역주민과 생태학자, 예술가와 함께 전쟁과 상처의 극복, 자연의 위대함을 통한 인간 존엄성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역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에코스테이 주민(Zoom-In)'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의 일환인 '에코스테이 주민'은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과 공간, 사람을 육성하는 지역문화 콘텐츠 중심의 로컬 투어 프로젝트다.
지역 주민들이 마을 해설사로, 체험 프로그램 진행자로 참여하며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고, 체험자로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는 낯선 지역을 들여다보며 즐기고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올해 총 3회차로 진행된 '에코스테이'는 지난해 동두천 에코스테이를 시작으로 올해는 9월 7~8일 연천, 9월 15~16일 포천, 지난 13~14일 파주에서 진행됐다. 1박2일 동안 경기 북부 지역의 자연과 지역 문화, 생태 환경을 체험하는 귀중한 기회가 제공됐다.
'에코스테이'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한 파주 에코스테이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인 해마루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통일촌에 거점을 둔 DMZ 문화예술공간 통이 함께 참여하며 주민과 생태학자, 예술인이 협업하는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보고 듣고 걸으며 느끼는 자연과 평화, 'DMZ 산보'
다음달 5일까지 진행되는 'DMZ 산보'는 1일 10인 한정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다. 사전 예약한 참가자들은 오전 10시 전진교 앞에서 집합해 간단한 신분확인 후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해마루촌, 덕진산성, 동파리 탐조대, 허준 묘 등 4시간여의 코스를 체험한다. 모두 DMZ 내 역사와 생태 가치를 담은 대표 유산들이다.
첫 코스인 덕진산성은 사적 제537호로 지정된 문화유산으로, 고구려가 초축해 통일신라 시기 개보수를 거쳐 조선시대에 외성을 덧쌓아 완성했다. 군에서 최초 발굴을 시작해 민간에서 발굴 작업을 마무리, 2010년에는 정비 사업을 진행했으며 기와 편 등 삼국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적과 유물을 총망라해 볼 수 있다.
덕진산성은 높은 지대가 없는 해마루촌과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해발 85m 산의 능선에 위치해 있다. 산성에 오르면 바로 앞에 위치한 무인도 초평도에 날아드는 철새와 일대를 모두 조망할 수 있기도 하다.
산성에 오르는 길 자체도 생태 체험의 현장이다. 임진강이 흐르는 이곳은 강을 따라 다양한 생태계 교란종이 유입되기 쉬운 특성을 지닌다. 때문에 곳곳에서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가시박' 같은 생태계 교란식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다. 동시에 국산 바나나로 불리는 '으름' 열매와 '누리장나무' 같은 토종 식물도 만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역사를 토대로 들려주는 역사 설명은 덤이다.
초평도 여울목에 위치한 동파리 탐조대는 철새가 번식과 먹이활동, 월동을 위해 매년 찾아오는 도래지다. 사람의 손길에서 멀어진 섬에 독수리와 두루미 같은 천연기념물은 물론이고 기러기류, 오리류가 찾아든다.
조선 시대 명의로 저서인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허준의 묘는 부인과 함께 쌍분으로 쓰여 있다. 상석, 혼유석, 향로석으로 구성된 문석인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 17세기 석물 문화를 파악할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문화재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산보 코스에서 만났던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 식물들을 직접 액침 표본으로 제작해보며 이들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도 갖는다. 식물이 들어있는 표본 통에서 실리카겔을 빼내고 하바리움 용액을 채우는 간단한 작업이지만, 산보를 하며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식물을 표본으로 만드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처럼 해마루촌을 포함한 인접 지역은 1953년 휴전 이후 사람의 간섭이 통제되며 산림과 동식물이 치유, 극복의 과정을 거쳐 되살아난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자연유산의 보고다.
동네를 한 바퀴 돌 듯 산보를 하고 나면 자연스레 이념 대립, 패권 다툼 상황을 활용한 구시대적 평화와 안보 프레임이 아닌, 생명 존중과 존엄 의식 고취, 자연생태계 보존과 복원 및 회복을 위한 노력만이 우리가 해야 하는 최고의 안보 실천임을 깨닫는다.
[인터뷰] 박준식 DMZ 문화예술공간 통 대표
“해마루촌 일대 산책하듯 알릴 기회 있길”
10여년간 방치되었던 마을 다시 새 단장
파주 생태학자·마을 해설사 참여로 시작
민간인통제구역 내 위치한 해마루촌은 비교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였다. 인근에 위치한 통일촌은 도라산전망대, 제3땅굴 등 안보 관광이 특화됐지만 해마루촌은 생태적 가치가 우수한 자연 유산이 넘쳐나는 데도 주목받지 못했다.
박준식 대표와 해마루촌 마을 주민들, 생태연구사들이 ‘지붕 없는 박물관’ 사업에 뜻을 모으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5년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돼 시민참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이후 10여년동안 방치돼 있던 마을을 다시 한 번 주민들의 힘으로 알려보자는 취지였다.
박 대표는 “자연 생태의 보고인 이렇게 좋은 곳(해마루촌 일대)을 산책하듯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파주 민통선 지역의 식물과 생태를 조사해온 생태학자들과 마을 해설사 등으로 봉사해주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 해설사로 나선 조봉연 농촌체험마을 위원장과 홍정식 이장을 비롯해 마을주민들은 체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고 보완하며 문화예술단체와의 지속 가능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
박 대표는 “‘에코스테이’는 거점 공간인 DMZ 문화예술공간 통이 주축이 돼 시작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산보 프로그램 시작 전에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진행해보며 수정, 보완 의견을 나누며 발전을 시켜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산보 프로그램은 해마루촌 고유의 생태적 특색과 평화와 안보를 상징하는 DMZ의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 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며 “앞으로도 보다 많은 도민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