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명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축제는 뜨거웠다. 15일간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선전했다. 482개의 금메달을 쟁취하겠다는 열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한국선수단은 종합성적 3위라는 평범한 목표를 밝혔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금메달 지상주의를 벗어나겠다는 의미였다. 우리나라가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이제는 국위선양만을 지상목표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또한 악으로 깡으로 메달 획득했던 격투기 종목의 쇠퇴도 눈에 띈다. 스포츠를 대하는 국민 의식이 선진화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야구와 축구의 순위에 쏠린 국민의 관심은 여전했다.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획득하자 관심은 바로 병역특례로 향했다. 스포츠 선수는 올림픽 동메달 이상 혹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야구대표팀 선수 24명 중 19명이 군 미필 선수였다. 그런데 19명 중 최원준(상무)과 곽빈(두산베어스)은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들의 병역 특혜에 관한 논란이 이어졌다. 최원준은 어차피 상무 소속이므로 큰 이슈가 아니었다. 시선은 곽빈에게 집중했다. 국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부각했다. 국회 국방위의 임병헌 의원(국민의 힘)은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고 팀이 1위를 해서 병역 혜택을 받게 됩니다. 야구·축구의 경우는 선수를 짤 때 아예 미필자 중심으로 짜는 그런 경향도…”라고 지적했다.
원래는 단체 종목에서 실제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만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주축 선수가 아니면 잠시 느슨한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6월 30일, 올림픽·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을 시 '단체경기 종목의 경우에는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라는 병역법 시행령 문구가 삭제되었다. 이에 따라 곽빈은 행운의 병역 특혜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무임승차(free-riding)'라는 오명도 썼다.
경제학에서 무임승차는 공공재에서 발생한다. '공공재(public goods)'는 경합성과 배제성이 없는 재화다. 경합성이 없다는 것은 재화 이용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배제성이 없다는 것은 재화를 이용할 때마다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공공재 운영비용의 원천이 국민 세금이기 때문이다. 경찰, 소방, 국방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112, 119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고자의 세금 납부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금을 내지 않는 공공재 이용자를 거를 수 없는 구조이다. 이를 악용하는 얌체들을 무임승차자라고 한다. 무임승차가 발생하면 '정부 실패'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정부가 실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공공서비스에서 시장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다.
무임승차는 고의로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 야구팀의 병역특례 무임승차 논란과는 다른 차원이다. 곽빈은 갑작스레 담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무임승차라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 이 상황에 관해서는 본인도 매우 괴로워했다. 그래서 이번 무임승차 논란은 경제학 이론에 맞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행운의 병역특례를 누린 선수가 발생한 상황일 뿐이다.
/조용준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KBO 자문위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