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칭우 인천일보 경제부장·인하대학교 겸임교수
▲ 김칭우 논설위원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추세다. 독일의 경우 9유로(1만2000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9유로 티켓'을 지난해 실험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춘 것은 물론이고 대중의 호응을 얻어 교통혼잡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이에 독일은 올해 5월 월 49유로(7만원)에 장거리 기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포괄하는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본격 도입했다. 프랑스 파리는 월 72.9유로 정기권을, 오스트리아는 연 1095유로 '기후 티켓'을 운영 중이다.

대중교통은 다리나 고속도로처럼 인프라이면서도 사회 필수품이다. 인천을 비롯해 목포, 부산 등에서도 버스준공영제에 이어 연안도서 주민들을 위한 섬여객선 준공영제, 공영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도입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일방적으로) 밝혔다.

6만5000원의 가격에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차적의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서울시 관내 전철역에서 출발, 도착하는 지하철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물론 도입을 앞둔 '리버버스'까지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서민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자는 취지이니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서울)시민들에게는 솔깃한 정책이다.

서울시는 8개월 동안 정책을 준비했다고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행'을 등한시했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인천시와 경기도와도 협의하지 않았다. 일방적 발표이다 보니 기능 중복에 따른 정책적 혼선과 인근 지자체, 대중교통업계 반발 등 논란이 거셀 수밖에 없다.

당장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패스'와 기능은 물론 도입 시기마저 중복된다. K패스는 지역을 따지지 않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한 달에 21번 이상 이용한 경우 교통비 20~53% 환급해주는 제도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절반씩 부담해 1년에 최대 21만6000원을 환급해 준다.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매달 6만5000원 이상의 대중교통 요금을 사용하는 시민이 95만명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민의 10%가 해당한다. 이중 K패스 이용자가 45만명, 기후동행카드 사용자가 50만명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가 함께 시행되면 서울시는 두 정책의 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기후동행카드 시범 운영에 750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예산을 초과할 경우 버스·지하철 운영기관이 절반씩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반발을 감수하고 요금을 올린 버스업계와 철도업계가 이를 환영할 리 없다.

경기에서 서울로 출퇴근, 통학하는 이들은 대략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인천에서도 20만에서 30만명이 서울로 출퇴근, 통학한다. 세계적으로 우리 수도권처럼 2500만명이 단일 이동권으로 얽혀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중교통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기후재앙에 맞서 탈탄소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책 소비자들, 즉 시민들 입장에서 즐거운 선택”이라고 했지만 서울로 출퇴근하거나 통학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리 없다. 실질적인 정책이 나오려면 논의 테이블부터 마련했어야 했다. 일방적 서울시 정책 제안에 인천시와 경기도가 협조할까? 선택을 강요당한 중앙부처는 흔쾌히 테이블로 나올까?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논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선'기능은 인정해 줄만 하다.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에 이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와 실험을 기대해 본다.

/김칭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