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전수조사 예고
속헹씨 사망 이후에도 불법 계속
인권위, 작년 주거권 보장 권고

도, 기숙사 건설 27억원 편성
님비현상 탓 부지 선정 못 해
▲ 포천시 한 돼지 농장에서 숨진 태국인 A씨(60)가 발견된 축사 전경(아래),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주방(왼쪽)과 A씨가 잠자던 방안 모습. /인천일보DB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책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경기도와 각 시·군의 정책은 수년째 겉돌고 있다. 사회적 무관심이 원인으로 꼽힌다.

 

▲필수가 된 '불법 기숙사 대책'

17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각 지청과 농업인 단체, 사업장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 주거지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내용의 안내 공문을 보냈다. 이번 방침은 '끊이지 않는 불법' 탓이다.

2021년 1월부터 고용부는 사업장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은 가설건축물(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등)을 숙소로 제공할 시 고용허가를 제한하기로 한 바 있다. 캄보디아 국적 고(故) 속헹(31·여)씨가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사건의 후속 조치였다.

하지만 시행 3년이 된 현재까지 불법 가설건축물을 기숙사로 제공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는 게 고용부 측 설명이다. 전수조사 기간은 9월부터 12월까지 예고됐다. 경기지역의 경우 전국에서 불법 기숙사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분류된다.

2021년 6월 경기연구원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1개 시·군(1852개 시설 대상) 가운데 광명·과천·안산·오산·가평 등 5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 건축법·농지법 위반 기숙사가 존재했다. 불법 비율이 무려 100%인 지역도 있고, 60% 이상은 15개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도 노동부 장관에게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 주거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냈다. 정부, 지자체 협력하에 '공공기숙사 설치'와 같은 지원책도 요구했다.

 

▲공공기숙사 건립 난항…조례는 '공백'

이런 흐름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주거는 지자체가 관심 가져야 할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경기지역 지자체 대응 상황은 어떨까. 도의회는 지난 2월 전국 최초로 공공기숙사 건립 및 개선 지원이 골자인 조례를 통과시켰고, 도는 기숙사를 짓기 위해 예산 27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상반기 내 기숙사 부지도 선정하지 못했다. 사전조사에서 유치 희망 지역을 못 찾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군은 부지를 투자하는 게 부담되고, 주민들이 혐오 시설로 인식하고 있어 님비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경기도는 2~3곳에 지으려던 목표를 1곳으로 축소, 공식적인 수요조사에 돌입했다. 개선사업은 발표된 계획이 없다.

조례 대표발의자인 강태형(민주당·안산5)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 분야는 지자체와 사업주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도 역시 책임감이 없다고 판단, 행정사무감사 등으로 강력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가 앞서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비를 받아 18억원 예산으로 진행한 기숙사 개선 사업은 전체 참여 농가 80% 비율이 넘는 88곳이 비용 부담 등에 도중 포기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결국 폐지됐다.

불법 기숙사 밀집지로 알려진 포천시에서는 시가 농장주 여건을 들어 행정 조치를 하지 않아 인권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시는 지난달 31일 한 시민이 참다못해 직접 민원을 제출하고 항의하자, 그제야 9개소를 현장 적발해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농업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 보호 조항이 있는 조례는 도를 제외한 31개 시·군에서 안성시 1곳만 제정했다. 그마저도 E-8비자인 '계절노동자'에 한정,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E-9비자 외국인까지는 품지 않고 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속헹 사건 이후 제도가 개정됐음에도 도내 지자체는 불법에 대한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기숙사 개선은 사업주 개인에게만 떠넘길 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재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