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은 기존에 형성된 사고나 가치,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뜻한다. 정보의 선택과 배제만이 아니라 정보의 해석에 대한 편향적 태도를 지칭하기도 한다. 확증 편향을 지닌 사람은 기존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는 취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들은 걸러냄으로써,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집단 사고에 갇힌 진영 논리는 자기가 속한 진영의 이념과 주장에 대해 무조건적 지지를 보낸다. 반대로 다른 진영의 이념과 주장은 배척하고 적대시한다. 선과 악의 단순한 이분법 사이에서 다양한 생각은 설 자리를 잃는다. 진영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창조적이고 다양한 사고가 수용되지 않으며, 인간은 양자택일을 하는 단순한 존재로 전락한다. 확증 편향과 진영 논리가 결합하고, 사람들이 여기에 집착할 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으려는 적극적 기피의 경향과 사유의 정지가 만연한다.
민주주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발전한다. 우리 사회에는 보수, 진보, 중도, 혹은 무색무취의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치와 이념, 계층과 계급, 직업과 지위에 따라 고유한 입장을 갖는다. 이런 차이들을 하나로 통일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배척하려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모욕과 조롱의 극단적인 언어들이 난무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적폐, 토착왜구, 친일파, 좀비, 일베충, 한남충, 좌빨, 2찍 같은 증오와 경멸의 표현을 정치인과 대중이 주저하지 않고 사용한다. 이는 악선동, 음해, 광기이다.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생각한다는 행위 자체를 증오하는 사유의 정지를 보여주는 광기와 야만이다. 인간의 품위를 깔아뭉개는 야만의 언어와 윤리·도덕을 포기하는 정치는 공공선에 기여할 수 없다. 제21대 국회는 고함과 괴성으로 날마다 진영 싸움만 하는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두 달 동안 교사 여섯 명이 세상을 달리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는 무책임과 무능력에 능숙하다.
정치는 한 사회가 맞닥뜨린 공동의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내는 현실적인 기예이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가능성의 싹을 포착해 새로운 미래의 꿈으로 제시하는 과업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지식과 미래에 대한 급진적 상상이 조화를 이룰 때 정치를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동력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스페인 화가 고야가 제작한 판화에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는 말이 적혀 있다. 국민이 이성의 힘으로 정치권의 괴물들을 내쫓아야 한다.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고, 비전과 민생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유능한 정치인을 찾아내야 한다.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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