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강화도엔 각종 물산이 넘쳐난다. 고려가 몽고와 싸우면서 수도를 강화로 옮긴 후 많은 지역 특산물이 생겨났다. 굴곡진 역사에 유적·유물도 풍부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먹을거리다. 뭍에선 인삼·순무·사자발약쑥·속노랑고구마 등이, 바다에선 밴댕이·젓새우·갯장어 등이 유명세를 치른다.
오늘은 강화 순무에 대해 글을 올린다. 둥글넓적하고 회백색 또는 자백색을 띠는 강화 순무는 지역에선 김치 재료로 보편화했다. 그 맛은 매우 독특해 한번 입맛을 들이면 계속 찾게 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달면서도 겨자향이 밴 인삼맛을 내며, 한편으론 배추뿌리 맛을 느끼게도 한다.
한방에서 순무는 오장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기(氣)를 늘려준다고 했다. 씨를 볶아서 기름을 짠 뒤 하루에 한 술씩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눈빛이 영롱해진다고 전해진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봄엔 새싹을 먹고 여름엔 잎을 먹으며 가을엔 줄기를 먹는 순무는 황달을 치료하고 오장에 이로우며 씨를 말려서 오래 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고 기록했다. 강화 순무는 봄에 파종해 6월에 수확을 하고, 7월에 다시 씨를 뿌려 10~11월 거둬들인다. 밴댕이젓과 새우젓 등을 넣어 담근 '순무김치'는 가히 '일품'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순무는 언제부터 재배했을까? 원산지는 유럽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지는데,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부터 키웠다고 한다. 문헌엔 조선시대에 강화도에서 재배했고, 왕에게 진상했다고 기록돼 있다. 특이한 점은 강화를 넘어 다른 지역에서 자라면, 강화도 순무 맛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질 좋은 강화도 토양과 거센 해풍 등 환경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강화 주민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강화 순무로 담근 김치가 국내 김치 경연에서 최우수 반열에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사)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제12회 대한민국 김치 품평회에서 인천시 6차산업 인증업체인 '강화섬김치'의 제품이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이 대회엔 전국 29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김치 전문가(10명)와 소비자(30명)로 구성된 심사단이 품질·위생·안전 평가를 거쳐 선정했다.
지역 특산품인 강화 순무는 김치로 담가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는 '인천의 대표 향토식품'이다. 이번에 한식을 아우르는 순무김치 품질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는 구실을 톡톡히 했다고 여겨진다. 앞으로 강화 순무김치가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업계의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