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전국 단위로 실시
대합실·백화점·상가 등 제외

강화·옹진, 방독면 착용 등 전개
전문가 “현장 중심 체계화해야”
▲ 23일 오후 2시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 20분 동안 인천 전역에서 민방위 훈련이 진행됐지만, 시민들은 평소처럼 대합실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23일 오후 2시 인천 미추홀구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 경보 사이렌이 1분간 울려 퍼져야 했지만 스피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평소처럼 대합실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새누리(26·여)씨는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이번 훈련에는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도 “오후 2시가 지났는데도 경보음이나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다음 훈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각 인근 롯데백화점 인천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백화점 1층에서 현장을 지켜보니 대피를 알리는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시민들은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백화점 측은 오후 2시부터 15분간 건물 밖을 나갈 수 없도록 이동을 통제했다.

권모(35·여)씨는 “재난안전문자는 왔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어서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며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대피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작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토로했다.

부평역 인근 거리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긴 했지만 행인들은 통제 없이 횡단보도를 자유롭게 건넜다.

이날 인천 등 전국에서 6년 만에 민방위 훈련이 진행됐지만, 다중이용시설인 버스터미널과 백화점, 지하상가에서는 훈련이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대피 훈련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는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인천 전역에서 민방위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국 단위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은 201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강화·옹진군에서는 비상식량 체험과 방독면 착용 시연 등을 이용한 특별훈련이 진행됐다.

정재성 대청2리 노인회장은 “마을에 노인 100여명이 있는데 이번 훈련에는 10명만 참여했다”며 “방송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했지만, 다들 집에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인 이창길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민방위 교육과 훈련 체계는 정부와 시민을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가 없다 보니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낮다”며 “훈련 정책을 현장 중심으로 더 촘촘하게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이나라·안지섭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