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선제압…오! 굿 캠페인]
크루즈선 8개월 치 기항 예약 벌써 꽉 차
트레킹·골프 등 고부가가치 상품 준비

[부산, 인센티브 걸고 공략]
해외 송출 여행사 대상 7억원 상품
소셜미디어 연계 항공권 할인 행사도

[인천, 뒤질 수 없다…전방위 마케팅]
의료관광 준비 속 마이스 산업 홍보
치맥 파티 관련 그룹 포상관광 준비
성공 사례 잇고 단체 관광객 유치 온힘
▲ 지난 2016년 3월26일 인천을 단체 방문한 중국 광저우시 아오란그룹 관광객들이 월미도에서 치킨과 맥주를 들며 치맥파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인천시

지난주 중국인 단체관광 입국이 재개된다는 소식에 국내 주요 도시마다 '유커' 유치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일 2017년 3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6년5개월 만이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7개월 만에 한국에 대한 단체여행을 전면 허용했다. 배낭 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관광객과 비교해 유커의 상품구매력은 예전부터 폭발적이었다 보니 지자체들은 유커를 지역 경제 활성화 기폭제로 삼겠다는 판단이다. 전통적으로 유커들은 한국에 와 식사나 오락, 숙박 등보다 쇼핑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했을 정도다. 이처럼 돈이 되는 시장이라, 지자체마다 중국인 단체관광 맞춤형 아이템들을 구상 중이다. 기존 서울과 제주가 독점하다시피 한 유커 산업이 인천을 포함해 전국으로 뻗을지 주목된다.

 

'유커' 성지 제주, 역시나 초반부터 선두

제주는 역시 제주였다. 현지에서 단체관광 허용 발표가 나오자마자 중국 크루즈선들은 제주항 8개월 치 기항 예약을 꽉 채웠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선 53척이 제주도(제주항·강정항)에 기항을 신청했다. 짧은 시간에 중국발 크루즈선 기항 예약이 몰리면서 제주항과 강정항은 내년 3월까지 기항 신청이 마감됐다. 크루즈선 1척에는 통상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중국인 관광객 등이 탑승한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제주항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길목에서 크루즈 여행객들의 기항지로 떠오르면서 유커들을 끌어모았다.

실제로 제주항여객터미널의 크루즈운항현황을 보면 2016년 제주에 입항한 크루즈선은 507회, 120만명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크루즈 입항선박 698회, 225만8334명의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와 같은 실적은 유커 덕분에 가능했다.

제주도 경우 트레킹과 마라톤, 골프, 해양스포츠, 가족여행에 대한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등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한 '제주관광 환대(친절·안전·안심), 오! 굿 제주 캠페인'을 전개해 환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도내 관광기업 및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친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일본 뱃길 중심지 부산, 유커 모시기에 인센티브 7억원

국내 동북아 카페리 노선을 보면 인천과 평택은 중국, 부산은 일본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여러 도시를 다니며 여행하는 크루즈와 달리, 승객 운송이 주목적인 카페리에선 부산과 중국을 잇는 노선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이런 사정에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는 더 적극적인 행보다. 여행사와 연계해 서둘러 유커 유치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외 송출 여행사와 수도권 여행사를 대상으로 '부산 송객 인센티브' 7억원을 내걸었다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1만5000명을 유치할 수 있다고 봤다.

다음 주부터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에게 비짓부산패스를 20% 할인해 주는 특전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위챗'과 연계한 항공권·호텔 할인 프로모션으로 1만명 이상 유커를 유치할 방침이다.

다음 달 예정된 한국관광공사의 상하이 K-관광로드쇼, 베이징·상하이 트레블마트에도 참가해 현지 여행사를 대상으로 부산 단독 세일즈콜을 연다.

 

서해안 벨트들도 유커 확보에 분주

호남쪽 도시들도 지역 관광을 알릴 수 있는 상하이·베이징 한국 관광 로드쇼를 기획하고 있다.

유커 특성과 동선을 반영해 전남과 전북을 연계한 여행 상품 개발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국제방송 등 국제 방송 채널에 전북 관광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홍보 방안을 모색하고 기존의 팸투어, 여행 상품 등도 점검 중이다.

충청도 역시 외국인 관광객 인센티브를 5000만원 추가로 긴급 편성하고,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팸투어도 추진한다.

 

서울과 제주가 독식하는 유커, 인천 지분 넓힐 방안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지닌 인천은 유커 시장에서 여전히 관문 도시로 만족할까.

지난 2010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인 관광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여행업체 300여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를 보면 상위 순위에는 서울과 제주 콘텐츠로만 가득하다. 가장 많은 업체가 단연 '제주도'(81.7%)를 꼽았고, 이어 '명동'(35.3%), '동대문시장'(21.4%), '고궁'(20.7%), '남대문시장'(13.6%) 등 서울의 주요 쇼핑지역을 꼽은 것이다. '남산'(7.1%), '에버랜드'(4.4%), '롯데월드'(3.7%) 등도 뒤를 이었다.

지난 2018년 6월 한국관광학회가 발표한 '방한 중국인 개별관광객의 한국 내 선호 관광자원 분포' 논문(저자 주산태, 오익근)은 “중국 최대 규모 개별여행 서비스 제공 플랫폼 '마펑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인 개별 여행 관광객은 다양한 관광 자원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서울, 제주도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었다.

유커 시장에서 인천은 서울과 제주, 경기에 이어 이제는 무섭게 커가는 부산 등의 추격 속에 놓인 모습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중국인 발길이 끊겼던 기간에도 중국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한다.

인천 관광산업의 효자 상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의료관광의 주 대상은 중국이었다. 지난 2021년 인천을 찾은 외국인 환자 8570명 중 중국인이 24.6%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6년 3월에는 중국 아오란그룹 포상관광단이 인천에서 머물며 304억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인천관광공사는 우선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마이스 관련 행사에 참가해 인천 관광산업을 홍보할 계획이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9월 중국 칭다오에서 마이스로드쇼 행사가 열린다. 공사에서 참가해 인천의 마이스 산업을 홍보하고 중국 현지 여행사, 기업들과 접촉해 그룹 포상관광 유치 등을 추진하려 한다”면서 “몇 년 전 월미도에서 초대형 치맥 파티를 열었던 아오란 그룹의 포상관광, 중국 일용당 기업행사 등 성공적인 사례를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쏟는다.

최성호 인천관광공사 해외마케팅팀 부장은 “올해 비자제도가 완화될 것이란 전제 아래 계속적으로 중국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인바운드 여행사 등과 교류해 왔다”면서 “기존에 연계했던 여행사 등에서 관광 재개 이후 단체 관광, 마이스 등의 문의가 많아졌다.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수천명 단위의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는 “1000~2000명 단위의 큰 규모 단체들의 문의가 있다. 아직 확정은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오는 10~11월을 목표로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인천에 보다 많은 해외관광객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원진·곽안나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관련기사
유커 발길 붙잡아라…전국 지자체 각축전 팬데믹 이전 한 해 500만명에 이르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주요 도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게 불과 지난주 얘기인데도 일부 지자체들은 벌써 본인들 도시로 중국인 관광객을 몰고 오는 여행사에 많게는 수억원까지 인센티브 지급을 약속하는 등 '유커'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관련기사 9면 : [주요도시 선점전쟁 치열…인천 활기 찾고 들썩] 반갑다 유커…손님맞이 경쟁은 시작됐다16일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항을 오가는 한중 카페리 8개 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