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역사·문화 생생히 체험…박물관은 살아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재외동포청 바탕
우리나라 첫 이민 출발지로서 의미 커
최초 여권·이민 모집공고 등 물품 전시

짜장면박물관, 화교 정착 과정 한눈에
부두 노동자가 먹을 수 있도록 한국화
인천항 부두 풍경·공화춘 접객실 재현

인천개항박물관, 옛 일본1은행 개조
개항기 건축물 양식 고스란히 보여줘

강화도 '지붕없는 박물관'
고인돌·왕도·군사 유적 등 켜켜이
▲ 짜장면박물관 전경.
▲ 짜장면박물관 전경.

도시의 지나온 이력을 보여주는 박물관은 도시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에는 인천만의 박물관이 여럿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짜장면박물관, 인천개항박물관, 강화전쟁박물관 들이다.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329(북성동 1가)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 연면적 4천127㎡ 규모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이민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모두 4개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이민의 어제와 오늘을 담아 보여주고 있다.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이민사박물관 건립 목소리가 본격화했다. 2006년 6월 착공해 2년 만인 2008년 6월 개관했다. 이민을 떠난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전하기 위해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의 출발지였던 월미도에 박물관이 들어선 점 또한 의미가 크다. 개관 이후 해마다 이민과 연관 있는 특정한 주제를 정해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
▲ 한국이민사박물관 전경.

한국이민사박물관 제1전시실에서는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과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국내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여권이라고 불리는 집조(執照), 하와이 이민자 모집공고, 이민자들이 썼던 가방과 다양한 물품도 전시돼 있다.

인천 출발자 중 일본 나가사키에서 신체검사를 통과한 102명의 우리나라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떠난 선박인 갤릭호(S.S Gaelic) 모형도 볼 수 있다. 갤릭호는 일본에서 하와이로 가는 미국 태평양 횡단 기선이었다.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을 출항해 나가사키까지 가는 배편은 일본우선회사의 현해환(겐카이마루)이었다. 이때는 121명이었는데, 나가사키 신체검사에서 19명이 탈락했다. 102명이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것은 1903년 1월 13일이었다.

해외 출국 자격을 심사하고 관련 서류를 발급해 주던 유민원에서 발행한 당시 여권인 집주는 색다른 볼거리다. 박물관에서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고치고 커다랗게 확대해서 따로 전시하고 했다. 좌우로 나뉜 종이 왼쪽에는 여행인의 주소, 성명, 연령, 여행목적, 보증인의 성명과 주소, 직업 등이 명기돼 있다. 오른쪽에는 왼쪽의 내용을 영어, 불어로 번역해 넣었다.

제2전시실에서는 극복과 정착의 과정을 담아냈다. 하와이에 정착한 우리 한인들의 애환과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를 뻗친 발자취 등을 담은 자료를 보여준다. 사탕수수농장의 고된 노동자 생활을 담은 영상도 있다. 하와이 한인학교 모습을 연출한 교실에는 당시의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실은 공식 이민의 시작인 1902년 이전 시기인 구한말 만주와 연해주로의 이주 역사를 담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의 이주도 많았다는 점, 그리고 일제가 사할린 등지로 강제동원한 역사도 이곳에서 되새길 수 있다. 제4전시실에서는 전 세계 각국으로 진출한 700만 재외동포의 근황과 그들의 염원을 살펴볼 수 있다.

인천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는 바로 그 점이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이끈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월미도에서 우리 민족의 해외 이민 역사를 가슴 뭉클한 감정으로 바라보았다면,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인들의 한국에서의 정착 과정을 살필 수 있다. 인천 중구 북성동 차이나타운의 짜장면박물관에 가면 화교(華僑)들의 한국 이주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 짜장면박물관 명판.
▲ 짜장면박물관 명판.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짜장면박물관은 2012년 개관했다.

짜장면의 기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인천 제물포항 개항 시기인 1883년을 즈음해 중국 산둥 지방 화교들이 인천에 자리를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전통요리라기보다는 인천항 부두노동자들이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도록 한국화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짜장면박물관은 모두 6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제1전시실에서는 짜장면이 처음 탄생한 개항기 인천항 부두 풍경을 재현해 놓고 있다. 제2전시실은 공화춘 건물에 남아 있던 갖가지 물품 등을 활용해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을 재현했다. 제3전시실은 1970년대 인기를 끌던 중국 음식점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4전시실은 배달부들이 들고 다니던 철가방의 탄생부터 최근까지의 짜장면 배달통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제5전시실에서는 1970년 출시된 최초의 짜장라면을 연대별로 볼 수 있다. 제6전시실에서는 1960년대 공화춘의 주방을 재현해 놓았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중국·화교문화연구소가 기획해 펴낸 <한반도화교사전>에 따르면, 공화춘(共和春)은 우희광(于希光, 1877~1949) 등이 1912년에 설립했다. 여러 명의 화상(華商)이 주주로 참여했다. 72.5평(坪, 240㎡)의 대지에 2층 벽돌 건축물로 48칸이었다. 1942년도 종업원은 14명이었다. 공화춘은 1983년에 문을 닫았다.

공화춘이 연결된 우리의 독립운동 관련 일화도 있다. 1926년 12월 28일 서울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의열단 단원 나석주(1892~1926)가 인천항에 입항하면서 중국인으로 가장하고 식사를 한 곳이 공화춘이었다.

▲ 인천개항박물관 전경.
▲ 인천개항박물관 전경.

인천개항박물관은 중구청 앞 옛 일본 제1은행 건물을 개조해 2010년 10월 문을 열었다. 개항박물관뿐만 아니라 중구청 앞 일대는 개항장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1883년 지어진 일본 제1은행 건물은 우리나라 개항기 건축물 양식을 온전히 보여주는 유물이기도 하다. 당시 금괴와 현금 등을 보관하는 데 사용했던 금고실의 육중한 철문까지도 개항박물관 건물에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인천개항박물관은 연면적 428㎡, 지상 2층 규모로 비교적 작은 편이다. 개항박물관 근처에는 일본 제1은행 같은 근대 건축물이 여럿 있다. 제물포구락부, 일본 58은행, 대한성공회 내동교회, 청국영사관 회의청, 인천우체국 건물 등은 개항 시기의 인천을 건축물로 드러내는 노천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짜장면박물관, 개항장박물관, 이들 3곳 박물관을 보고 나면 인천이 이산(離散)의 아픔과 새로움에의 희망이 동시에 얽혀 있는 디아스포라의 도시라는 걸 알게 된다.

우리는 흔히들 강화도를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민족 시원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강화도는 고인돌, 고려시대 왕도(王都) 유적, 조선시대 군사유적 같은 역사의 단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섬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강화도에 우리나라 전쟁 역사를 보여주는 전쟁박물관이 있다. 강화대교 옆 갑곶돈대와 붙어 있다. 예전에는 강화역사관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2010년 강화군 하점면에 강화역사박물관이 신축 개관하면서 기존 강화역사관은 강화전쟁박물관으로 특화해 문을 열었다.

강화는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전쟁의 최일선이었다. 고려시기 여몽전쟁, 조선시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한국전쟁 등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 대다수와 관련이 깊다. 강화전쟁박물관은 그 전쟁들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박물관 밖 갑곶돈대는 그 전쟁의 한 현장이기도 하다.

/인천생각협동조합

인천일보·인천문화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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