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7개월만에 닻 올린 한중 카페리]

코로나19후 긴 기다림 끝 여객 운송 재개
인천항 여객 대비 CEO주관 합동 안전점검

보안검색·수하물 운반시설 준비 완료
유커 귀환 앞두고 단체 관광객 맞이 분주
비자 문제 순풍…황금노선 부활은 과제로
▲ 지난 7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인천항만공사와 유관 기관들이 '인천항 국제여객 재개 대비 CEO 주관 합동 안전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코로나19 사태로 접어든 2020년 1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한중 카페리 승객 운송이 이번 주말 재개된다.

국내 동북아 카페리 노선 가운데 인천과 평택은 중국, 부산은 일본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구조에서 일본 항로는 이미 작년 10월에 재개된 바 있다.

엔데믹에 접어들고도 한중 외교 관계가 최근까지 냉랭했던 상황이라 한중 카페리 선사들은 배에 화물만 적재하고 사람은 태우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동훼리가 한중 카페리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뗀 셈이다. 인천에선 11일 도착하는 웨이하이~인천 항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여객 운송을 확대할 방침이었는데 제6호 태풍 '카눈' 때문에 12일 칭다오~인천 항로가 스타트를 끊게 됐다. 한중 카페리 재개가 하루 늦춰졌으나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지역 항운업계 설명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여전히 막고 있는 데다 중국 항공 노선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유커 효과'에 진입할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인천항에서 한중 카페리를 운항하는 뉴골든브리지V호./사진출처=위동항운 홈페이지
▲ 인천항에서 한중 카페리를 운항하는 뉴골든브리지V호./사진출처=위동항운 홈페이지

인천 바다 오랜만에 중국 손님. 준비는 마쳤다

인천항만공사는 한중 카페리 여객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7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인천항 국제여객 재개 대비 CEO주관 합동 안전점검'을 벌였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지난 2020년 문을 열었으나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개장 3년 뒤에야 실질적인 운영에 돌입하게 됐다.

이날 점검은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운영 주체인 인천항만공사뿐만 아니라 국제여객터미널 현장의 보안·안전·질서를 담당하는 인천항보안공사, 인천항시설관리센터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반적인 사전 점검과 동시에 여객 입출국 동선 흐름 확인, 주요 설비의 작동, 주요 지점별 운영인력 배치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당초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승객을 태우고 처음 입항하는 배는 10일 중국 웨이하이에서 승객을 싣고 다음 날인 11일 인천항에 입항하는 위동항운의 3만t급 뉴골든브릿지 Ⅶ호였다. 하지만 태풍 '카누'의 한반도 통과 예보로 인천항이 사실상 전면 폐쇄되면서 11일 저녁 칭다오에서 출발해 12일 인천항으로 오는 위동항운 뉴골든브리지 V호가 인천에서 한중 카페리 재개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칭다오 카페리 항로는 1993년 5월 항로 개설 이후 3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승객 재개에 성공한 모습이다. 한중 카페리는 한중수교(1992년) 2년 전인 1990년부터 운항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터미널에서 사용되는 엑스레이(X-RAY) 보안검색 장비나 수하물 운반 시설 점검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부두 내 셔틀버스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 승객들이 안전하게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 첫발, 비자 문제 등 순풍

“그동안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한국행 단체관광 비자를 내주지 않았고, 선상비자로 불리는 도착비자 문제도 그대로였다. 당분간 배마다 승객 100명 넘기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적어도 다음 달까지는 주재원이나 보따리 상인들 위주로 이용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중국 내 단체관광 비자가 허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정상화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 거 같다.”<한중 카페리 A 선사 관계자>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인천항 한중 카페리 이용객은 급상승 중이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인천항과 북중국 항만 9개 카페리 이용객은 2017년 60만365명에서 2018년 80만9056명, 2019년 102만7019명까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번 한국과 중국 바닷길 회복을 놓고 선사들은 일단 재개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었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을 허용하지 않으면 여객 회복은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일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3년여 만에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한중카페리협회 관계자는 “한국 단체관광 비자와 도착 비자를 허용할 시기가 조만간이라고 보고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마침 카페리 재개 시기와 딱 맞았다”며 “수년 동안 쉽지 않았던 한국, 중국 간 관광 등 교류가 뱃길을 통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올 초부터 60개 국가에 대한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도 한국은 포함시키지 않아, 아직도 중국인 단체여행객이 오지 않고 있던 참이다. 이번 여객 운송 재개가 단체여행 허용의 전 단계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었는데 마침,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가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10일 발표한 것이다. 중국인 여객이 본격적으로 국내 관광을 시작하면 중국인 매출 비중이 큰 카지노, 면세점 등 관련 업계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해외 뱃길 관광 실적 저조에 중국 황금 노선은 시들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억눌렸던 항공 수요가 동남아, 유럽 등으로 폭발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 노선은 회복을 못 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인들까지 자주 찾았던 중국 노선에서 승객이 늘지 않아 항공사들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올 상반기 중국 노선 여객회복률은 2019년 같은 기간의 21%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주노선은 98.8%로 코로나 전을 거의 회복했고, 일본 노선도 75.5%, 일본과 중국 제외 아시아 노선 역시 73.0%로 평년에 접근 중이다.

이처럼 중국 노선이 시들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비우호적인 관광 환경과 기업들의 탈중국 러시로 비즈니스 수요까지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한다. 한중 카페리가 승객 운송을 다시 시작했어도 코로나19 직전과 같은 한 해 100만명 이상 여객 실적은 당장 쉽지 않을 거라는 주장들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또 바닷길을 활용한 인천 관광 프로그램들 인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점도 한중 카페리 정상화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정부와 인천항만공사가 280억원을 들여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선사들 외면을 받으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곳을 이용한 크루즈는 지난 4월 2차례 입항한 독일 튜이의 마인쉬프5호(9만9000t급)가 유일하다.

다른 크루즈 5척은 전용 터미널 대신 인천내항이나 인근 국제여객터미널을 이용했고, 오는 10월 입항 예정인 나머지 2척도 내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크루즈 선사들은 도심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전용 터미널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송도국제도시 서쪽 끝에 있는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주변에 식당이나 상점 등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데다 시내버스나 지하철 노선도 갖춰져 있지 않다.

한중 카페리가 정박하는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역시 크루즈 전용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중국인에게 특히 친숙할 차이나타운 등 관광자원과는 차로 20~30분 거리를 두면서 크루즈와 마찬가지로 도심 접근성 부족이라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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