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숙박료 내고 에어컨 마음껏 사용 가능
진입 장벽 낮아지고 가족 단위 손님 배로 늘어
위 사진는 해당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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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모텔.

이곳에서 만난 신모(33·여)씨는 한 손에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반대쪽 어깨에는 간식거리가 든 가방을 메고 있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들을 둔 그는 “아이들이 방학이라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고 있는데도 안방은 시원하지도 않을뿐더러 관리비가 걱정돼 맘 편히 쉴 겸 이곳을 찾았다”며 “성수기 호텔 가격은 너무 부담스러워 시설이 깔끔한 모텔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모텔에서 만난 김모(38·여)씨는 이틀 전 에어컨이 고장 나 남편,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숙박업소로 피신 왔다고 했다.

김씨는 “업체에 에어컨 수리를 요청했더니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호텔 숙박비가 모텔을 3∼4번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이라 주말마다 주변 모텔에서 지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천시내 모텔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저렴한 숙박료에 에어컨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폭염 피난처로 떠오르고 있다.

남동구 논현동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50대 사장은 “요즘 날씨가 더운데 전기세까지 오르다 보니 더위를 식히러 온 손님들이 많아졌다. 금요일과 주말에는 방이 거의 다 찬다”며 “주말 기준 하루에 가족 단위로 4∼5팀은 찾아온다”고 말했다.

연수구 청학동 소재 모텔 운영자인 40대 남성도 “여름철에 접어들고 가족 단위 손님이 배 이상 늘었다”며 “가족 단위 손님들은 캠핑과 간이 수영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놓은 방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가까운 곳에서 간편히 쉴 수 있는 호캉스(호텔+바캉스)가 여름 휴가철 즐길 거리로 자리 잡으면서 모텔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며 “전기 요금 인상과 호텔 숙박비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모텔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인천에 발령된 폭염특보(주의보·경보)는 6일 현재까지 일주일 넘게 유지되고 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