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본격화된 미·중 갈등이 5년째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겪으며 세계 경제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제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출구 찾기에 열심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5월 열린 G7 회의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으로 중국 견제 수위를 조절하자고 주장했다. 7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냉전 시대로의 회귀 반대를 재표명했다. 미국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갈등 격화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 기업 애플과 테슬라는 여전히 중국 내 거대 공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1971년 중국을 극비 방문해 이듬해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상하이 공동선언을 성사시켜, 탈냉전의 서막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7월 중국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 국방부장은 물론 중국 대외정책을 이끄는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동했다. 비슷한 시기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왕이 정치국 위원과 미·중 기후변화 협력을 논의했다. 전임 미국 국무장관과 중국 외교부장을 역임하며 미·중 외교를 지휘했던 그들은 회담에서 기후 협력이 양국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들이 올 7월 방중을 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무게가 크다.

디커플링, 디리스킹 시대에 세계 다수의 국가는 어느 한쪽 진영에 배타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국익 극대화를 위해 미·중과의 협력에 모두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8월 한·중수교 31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인천에 주어진 과제는 무겁다.

한반도 중심에 있는 인천은 대외교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서해를 잇는 중심축에 위치해 백제는 이미 372년(근초고왕 21년) 중국을 오갈 때 능허대(연수구 옥련동) 나루터를 이용했다. 인천의 첫 '개항지'인 셈이다.

2023년은 인천항 개항 1651주년이 된다. 지난 2000여년간 한국과 중국은 협력과 전쟁을 수없이 겪었다. 1992년 8월 한국의 북방정책과 중국 개방정책의 이해관계가 결합해서 한·중 수교로 교류를 재개했다.

이 같은 과정을 살펴본다면 올해 자매도시 결연 30주년을 맞은 인천시와 중국 톈진시가 지난 6월 유정복 인천시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보여준 행보는 경색된 한중관계에서 새로운 활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유 시장은 천밀얼 톈진시 공산당위원회 서기, 장궁 톈진시장을 만나 양 도시가 3년째 운행 중단 상태인 카페리 운항 재개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유 시장은 인천시와 톈진시, 일본 고베시 등 한·중·일 대표 항만도시 경제공동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인천∼톈진 항로 카페리는 지난 1991년 운항을 시작했지만, 선령 제한에 따라 2020년 2월 운항이 중단된 이후 새 선박 건조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뱃길이 끊긴 상태다.

한중수교를 계기로 지난 30여년간 한국과 중국은 19~20세기의 몰락을 극복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회복했다. 인천은 접경지역에서 공항과 항만으로 세계로 연결되는 초연결거점 도시로 성장했다. 40여개로 고정된 인천~중국 간 항공노선을 100개 수준으로 개방하고, 10개로 고정된 인천~중국 간 카페리 노선 확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칭우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