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건설사 19필지 낙찰 정황
허종식 “불공정 행위 중 하나”

공공택지 매각입찰에서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위장계열사를 입찰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벌떼입찰'이 인천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등에서도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건설사들은 각자 2~4곳 계열사를 앞세워 공공택지 물량의 30% 상당을 낙찰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종식(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사진)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인천 공공택지 64개 필지 가운데 19개 필지(29.7%)를 건설사 7곳이 낙찰받았다. 이 중 검단신도시와 영종하늘도시 택지만 56개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18개(32.1%)가 건설사 7곳에 돌아갔다. 검단신도시 필지 12개, 영종하늘도시 필지 6개 등이다.

허종식 의원 측은 필지를 분석한 결과, 건설사들이 추첨식으로 이뤄지는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들을 끌어들이는 등 지역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현장에서 불공정행위인 벌떼입찰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우미건설은 계열사 4곳과 함께 검단신도시 AB12블록(심우건설), AA8블록(우미산업개발), AB1블록(전승건설), 가정2지구 B2블록(심우건설), 영종국제도시 A50블록(명일건설) 등 필지 5개를 입찰했다.

우미건설은 같은 시기 대전 대덕알앤디특구 2단계 A3블록(명선종합건설), 부산 장안 B-1블록(우미글로벌), 경기 화성 남양뉴타운 B16블록(선우산업), B5블록(중림건설), 전북 군산신역세권 D2블록 등 계열사 10개를 동원해 필지를 거둬들인 의심도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영종 A47블록(호반건설), 검단 AA1블록(티에스건설), AB13블록(티에스리빙), AB19블록(호반건설) 등 필지 4개를 확보했다. 이는 택지 면적(16만6693㎡)과 금액(3844억원)에서 인천 내 가장 큰 규모이다.

제일건설은 검단 AB20-1블록(창암종합건설), 영종 A14블록(트러스트투), A21블록(대방산업개발)을 확보했으며, 대방건설은 검단 AB10블록(대방하우징), 영종 A21블록(대방산업개발), A22블록(대방건설) 등 필지 3개를 낙찰받았다.

건설 업계에서는 공공택지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계열사나 가짜 회사를 내세워 입찰에 나서는 벌떼입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와 LH는 규제 지역의 300가구 이상 공공택지 입찰에는 모기업과 계열사를 통틀어 1개 회사만 응찰할 수 있는 '1사 1필지 제도'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토부가 벌떼입찰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13개사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도 있다. 국토부는 이런 벌떼입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과거 10년 치 입찰 결과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허종식 의원은 “벌떼입찰은 계열사 설립과 유지 경비를 분양가에 전가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되는 등 건설사의 대표적인 불공정행위 중 하나”라며 “인천의 경우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이 진행되는 만큼 시장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