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쪽, 詩와에세이, 1만2000원.

“나는 뭐든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말할 것도 없고, 시든 동화든 마침 어느 날 새벽에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 산사의 종소리처럼 나를 흔들었다. 그건 네 줄짜리 시였다. (중략) 읽고 나면 미소 한 줌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시. 이 얼마나 감사한가!”<윤수천 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 중에서>

 

윤수천 시인이 4행 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봐’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봐’는 우리네 삶의 단면을 4행의 구절로 엮은 시집이다. 시집에는 ‘목련꽃’, ‘밥’, ‘등불’, ‘당신’ 등 시 74편과 시인의 산문이 실려있다.

이들 시편의 주제는 주로 작고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에서 찰나에 건져 올린 깨침 같은 것이다. 네 줄짜리 짧은 시 속에는 삶의 위로와 희망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시인은 동시와 동화를 쓰는 아동문학가지만 시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었다. 틈틈이 시를 즐겨 쓰는 과정을 즐거운 외도이자 화려한 나들이였다고 말한다. 동화로 풀어내지 못한 감정을 시의 체에 걸러내곤 했던 것이다.

시인은 새벽마다 스쳐 지나가는 ‘시상’을 잡아 휴대폰에 저장했다. 이때부터 시인은 시의 주제를 삶 그 자체로 잡았다. 길을 가다가도, 차를 마시다가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행위가 다 시란다.

단시(短詩)는 번뜩이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쓸 수 있는 최소 단위의 문학이다. 단순, 명료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시, 시인이 4행시를 쓰는 이유다.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이라는 것. 그래서 시인은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일상에서 삶의 위로와 격려의 힘을 추출하려고 한다. 시가 길어지는 시대, 시인의 짧은 시가 힘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삶이 무엇이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메시지가 돼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윤수천 시인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쓸쓸 할 수록 화려하게’, ‘빈 주머니는 따뜻하다’, ‘늙은 봄날’ 등이 있고 동화집 ‘꺼벙이 억수’, ‘고래를 그리는 아이’, ‘로봇 은희’ 등이 있다. 시인은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받았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