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톈진 '수도권 문호도시' 유사
향후 정책 교류 등 긴밀한 협력 필요

경제교역 넘어 새 영역 의제 주문
동아시아 다자도시 외교 추진 도모

3개도시 항만도시 클럽 조성 등 제시
▲ 유정복 인천시장이 제7회 동아시아 문호도시 정책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연구원

유정복 인천시장이 하계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 톈진을 방문한 지난달 28일 인천연구원과 톈진사회과학원은 톈진직할시 샹그릴라호텔 국제회의장에서 제7회 동아시아 문호도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2004년 학술교류 협정을 맺은 인천연구원과 톈진사회과학원은 공동 연구의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2014년부터 '동아시아 문호도시 정책포럼'을 창립하고 매년 인천과 톈진에서 번갈아 학술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우호도시의 협력과 도시 국제화'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지의 200여 명 학자와 각국의 지방정부 인사가 참석해 도시 간 국제교류의 성과와 협력 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자매결연 30년 인천-톈진

유정복 인천시장은 개막식 축사를 통해 자매우호 결연 30년을 맞은 인천-톈진의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포럼에는 톈진시 류쿠이핑 상무 부시장이 참석했고 히사모토 키조 일본 고베 시장과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돌고르수렌 소미야바자르 시장이 영상으로 축사했다. 톈진과 고베, 울란바토르 모두 인천의 자매·우호 도시이다.

박호군 인천연구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인천이 추진하고 있는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박 원장은 “조계지의 역사와 유적을 활용한 톈진의 도시재생 사례 그리고 중국 북방 최대의 경제특구인 빈하이신구의 조성 경험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 근대 역사를 이끌었던 인천과 톈진은 수도권의 문호도시라는 유사성을 갖고 있어, 향후 두 도시 발전 경험의 공유와 정책 교류 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후이빙 톈진사회과학원장도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중 우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한 인천과 톈진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후이빙 원장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서는 보다 개방적이며 호혜적인 국제환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한·중·일 우호 도시가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결연 30년을 맞은 인천과 톈진 그리고 중일 국교 정상화 이듬해인 1973년 자매도시 관계를 맺은 톈진과 일본 고베의 50년 교류 성과 및 이에 기초한 향후의 새로운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중국 톈진시 하이허(海河)야경. /사진제공=인천연구원
▲ 중국 톈진시 하이허(海河)야경. /사진제공=인천연구원

인천과 톈진, 그리고 고베

이어진 3개의 세션에서는 동아시아 도시 외교 현황을 분석하고 보다 나은 역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협력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한중 수교 이듬해인 1993년 자매우호 도시 결연 이후 양국 관계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인천-톈진의 성과, 그리고 자매우호 결연 50년을 맞이한 톈진과 일본 고베시의 협력 기제에 대한 발표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톈샹란 톈진사회과학원 아태협력·발전연구소 소장은 1993년 자매도시 관계를 맺은 이후 인천과 톈진이 진행한 교류를 행정교류, 경제협력, 인문사회 교류로 유형화해 그 성과를 정리하고 특징을 분석했다. 향후 협력 방향으로는 양국 관계를 선도할 수 있는 민간·민속문화 교류를 강화하는 한편, 전통적인 경제교역을 넘어서 새로운 첨단 영역을 중심으로 한 협력 의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상호보완적 한중 경제산업 관계가 점차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은 기술자립과 국내 공급망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한중 경제관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톈소장은 인천과 톈진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스마트도시 인프라 건설 경험을 상호 학습함으로써 새로운 산업 협력을 양 도시가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타카하시 켄지 주중 고베시 대표처의 수석대표가 발표자로 나서, 중일 수교 직후인 1973년 자매도시 결연을 한 톈진과 고베의 50년 교류사의 배경과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1972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방중해 상하이에서 미중 데탕트를 선언한 직후, 일본은 기민하게 움직여 같은 해 9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일 국교를 정상화했다.

그리고 이듬해 톈진시와 고베시가 자매결연을 함으로써 동아시아 도시 외교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타카하시 켄지 대표는 양 도시의 결연은 이후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일본기업의 톈진 진출에 있어 일종의 다리 역할을 했으며, 현재 두 도시 사이의 교류는 고위인사 상호방문, 언론매체, 교육 등 영역으로 심화 발전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교류를 통해 중국 시민에게 고베는 물론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하여 일본의 브랜드파워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다가적인 중일 도시 외교의 성과를 제시했다.

한국 측의 발표자로 나선 김수한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지구촌은 국제관계, 에너지, 디지털AI 등의 영역에 걸친 복합전환에 처해 있으며 이 같은 대전환의 중심에 놓인 한중관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변환의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경쟁과 각자도생이 아니라 호혜와 상생이며, 동아시아 도시 외교를 통해 국가 간 마찰과 긴장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국제 이슈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갖는 도시정부 사이의 우호 관계는 일종의 범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과거 동북공정, 사드 사태 직후 민감하게 반응했던 한중 지방 관계가 이후 빠르게 관계를 복원했던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그 내용을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유사한 입지와 역사·발전 과정, 제조업 기반을 활용한 미래 첨단산업 육성 도모 등 인천과 톈진 그리고 고베가 가진 공통점에 주목하여 동아시아 다자도시 외교 추진을 도모하자고 주장했다.

▲ 박호군 인천연구원장이 6월28일 중국 톈진직할시 샹그릴라호텔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7회 동아시아 문호도시 정책포럼에서 '인천의 초일류도시 비전과 협력 과제'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연구원
▲ 박호군 인천연구원장이 6월28일 중국 톈진직할시 샹그릴라호텔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7회 동아시아 문호도시 정책포럼에서 '인천의 초일류도시 비전과 협력 과제'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연구원

도시 간 글로벌 협력 필요

자유토론에서는 한·중·일 국제물류 중심지인 인천, 톈진, 고베의 지역 산업 특징에 주목, 3개 도시가 공동으로 동아시아 항만도시 클럽을 조성하자는 정책 아이디어가 제시되기도 했다. 또 톈진시 등 도시가 중국의 영화 및 영상 미디어를 통해 표출된 이미지가 무엇이며 시민이 이런 도시에 대해 어떤 인상을 주고 있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향후 동아시아 소비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기업인이 참고할 실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포럼을 주관한 박호군 인천연구원장은 에너지 전환, 디지털 기술 혁명 등 복합적인 대전환의 시기에 협력적인 국제환경과 도시 사이의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마치 서로에게 거울과도 같이 유사한 도시 위상을 갖는 인천과 톈진 등의 선도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동아시아 문호도시 정책 포럼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지식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