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운평리 280여가구 대상
현금·선물 등 2500억원 규모
▲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사진) 부영그룹 창업주가 사비를 들여 고향인 전남 순천 운평리 마을 사람들에게 1억여원씩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창업주께서는 고향에 부자 났다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것인데라는 말이 있는데... 살아오면서 인연이 되었던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남몰래 기부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알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시 서면 이장들에 따르면 이 창업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순까지 운평리 6개 마을 280여세대 주민들에게 세금을 공제하고 2600만원에서부터 최대 9020만원까지 개인 통장으로 입금을 했다. 마을 토박이와 실거주 30년 이상 등 거주 연수에 따라 5단계로 차등 지급했다.

이 창업주는 순천시 서면 운평리 죽동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서면 동산초등학교(25회)와 순천중학교(15회)를 졸업한 뒤 상경해 고려대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창업주는 순천에 부영초등학교를 세우는 등 교육 부문 사회 공헌 활동을 해왔다.

82세로 고령인 이 창업주는 동산초 동창생들에게도 1억원씩 지급하고, 순천중 동창생들에게도 1억원씩 지급했다. 같은 기수로 순천고를 졸업한 8회 동창들에게는 5000만원씩 전달했다.

확인된 순천중·고 동창생들만 80여명에 이른다. 이 창업주의 친척들은 2년 전에 이미 1억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받았고 이 밖에 군 동기, 주변에 어려운 지인들까지 도우며 선행을 베푼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9020만원을 받은 A마을 이장은 “지난해 말에 이 창업주측에서 마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파악했다”며 “오랫동안 고향을 지켜준 데 대한 고마움과 농촌의 힘든 여건을 잘 이겨내라는 의미로 마을 사람들에게 큰돈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운평리 마을 사람들은 크든 적든 다 돈을 받아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를 정도로 들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보답하기 위해 운평리 사람들은 이 창업주에 대한 공적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자신들이 받은 금액의 1%를 성금으로 냈다.

운평리 당천마을에 거주하는 장찬모(82) 공적비 건립추진위원장은 “우리가 이 회장님께 도와준 일도 없는데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니까 꿈을 꾸는 것 같고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극찬하고 있다”며 “이중근 회장님이 이번 일을 알리지 말고, 공적비도 세우지 말라고 하시는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의 사비 출연과 별도로 지난 22일부터 순천지역 7500여 세대에도 참치셋트와 공구셋트를 전달했다.

그동안 조용히 개인적으로 기부한 현금만 약 1500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선물 세트, 공구 세트, 역사책 등 기부한 물품까지 더하면 총 2500억원 규모다.

이번 이 창업주의 개인 기부 외에도 부영그룹은 국내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사회에 기부한 금액은 1조1000억원으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