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라는 것이 정말 장난이 아니구나... 뭐 이런 느낌이 들었다. 가깝던 사람들이 선거를 거치면서 상대 진영에서 경쟁하다 어색한 관계가 되고, 나중에는 원수지간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좁은 체육계가 더 가리가리 찢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최근 검찰이 “지난해 말 민선 2기 인천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이규생 후보가 지인에게 선거인 명부를 발송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며 강인덕 전 후보가 지난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고소한 사건에 대해 최근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앞서 인천지방법원은 강 전 후보가 고소와 별개로 먼저 제기했던 '이규생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채권자(강인덕)가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관련 수사결과 및 본안소송 이전에 시급히 채무자(이규생)의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할 만한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달 16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해 말 치러진 민선 2기 체육회장 선거 결과를 놓고 민·형사 영역에서 몇 달간 첨예하게 벌어졌던 법적 분쟁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이런 결과에 체육인들은 대체로 “수장이 명예를 회복했으니 체육행정이 더욱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이유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저 깊은 곳에서는 “민선체육회장 선거가 거듭될수록 체육계의 분열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솔솔 새 나온다.

지금까지 두 번 치러진 민선 체육회장 선거는 종료 직후 모두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우선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와의 친소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체육인들은 진영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들은 승리하고자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렇다 보니 선거 전후로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고, 각 후보 진영에 모두 기웃대는 사람은 더 욕을 먹는다.

또 체육인이 아닌 사람이 자리를 노리고 선거판에 끼어들어 분란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괜찮을까. 그렇지도 않다. 만약에 각 후보와 두루 가까운 체육인은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반드시 어느 쪽에 서야 한다'고 강요받을 수 있다. 모든 후보가 중립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만 이해하는 척하고, 속으로는 자신의 편이 되어 뭔가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뭘 하든, 하지 않든, 오해와 다툼으로 얼룩진 선거는 기존의 관계를 틀어지게 한다. 이는 분열의 씨앗이 된다.

심지어 체육인들뿐 아니라, 중립적이어야 할 체육회 직원들도 아주 일부지만 라인을 형성해 은근히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특정 동료를 향해 '쟤는 누구의 사람'이라고 낙인찍으며 경계한다.

여기에 선거에 등판했던 후보들끼리의 관계가 최악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후보였던 이규생-강인덕, 이규생-신한용, 강인덕-신한용은 지금 매우 사이가 나쁘다.

당연히 민선체육회장 제도가 도입되기 전엔 이렇지 않았다. 그런데 체육회장 자리를 차지하고자 싸우는 경쟁자로, '생사'가 걸린 선거라는 전쟁터에서 서로를 끌어내려야 하는 관계로 바뀌면서 이들은 승자와 패자로 갈렸고, 결국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은 매우 불편한 사이가 됐다.

세 명 모두 “인천 체육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이 이런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고, 이 말이 진실이라면 본인 외에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체육인들의 도움도 꼭 필요하다.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하고만, 또는 내가 지지했던 후보하고만 인천 체육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선거 과정에서 굳게 닫혀버린 마음을 열고자 모두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인천 체육계는 가리가리 찢긴다. 그렇다면 승자와 패자 누구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종만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