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거북섬 근황이 최근 보도됐다. 50년 동안 인적이 끊겼던 섬을 둘러보기 위해 군수 일행이 섬을 찾은 덕이다. “섬 전체 면적의 약 절반 정도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었다는 문장에 눈길이 꽂혔다. (인천일보 5월10일자)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크지만, 야생의 숲은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야 무성해 지는 것일까.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거북섬은 원래 섬이 아니다. 1970년대 초 팔당호 담수가 시작되면서 남한강 물길이 변했고, 낮은 지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섬이 되었다. 한강에는 팔당댐으로 인해 생겨난 하중도(河中島)가 여럿 있다. 예를 들면, 광주시 남종면 우천리는 마을 전체가 아예 수몰되고, 동네의 가장 높은 지대만 남아 섬으로 떠 있다.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이 남긴 <경교명승첩>에 예전 우천리를 그린 그림이 전해진다. 1740년대에 한양 근처 경치 뛰어난 곳을 골라 그린 화첩에 들 정도이니, 우천리 풍광이 상당했을 터이나 지금은 그저 한갓 하중도일 따름이다. 거북섬처럼 생태계는 살아났을까 문득 궁금하다.
지난 2009년 경기도지사 일행이 남한강 섬들을 돌아보았던 적이 있다. '남한강 생태벨트' 조성을 위한 답사였다. 당시 지사 일행은 여주 양섬과 백석리섬, 양평 양강섬(양근리섬)과 대하섬 등을 방문했다. 이후 경기도가 '남한강 생태벨트' 사업을 얼마나 지속해서 추진했는지 알 수 없으나, 하여튼 양강섬은 양평군이 공원으로 꾸몄고, 여주 양섬도 여주시가 근린공원으로 변모시켰다. “제2의 남이섬이 될 잠재력이 있다”던 여주 백석리섬은 안타깝게도 전투기 훈련장 신세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다.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 대하섬은 서두에 언급한 거북섬과 남북으로 나란히 있는 하중도다. 크기도 대하섬이 21만㎡, 거북섬이 24만㎡로 크기도 비슷하고, 사유지와 국유지(하천부비)의 비율도 비슷하다. 대하섬 역시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친환경 생태 섬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하섬은 운심리에서, 거북섬은 대심리에서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다.
양평군은 현재 대하섬과 거북섬을 활용방안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듣자 하니 강 위로 케이블카를 연결해 관광지화하는 방안도 거론 중인 모양이다. 일단 두 하중도의 생태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한 후에 충분히 논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오는 듯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사족 : 겸재 후예들이 한강 하중도 진경산수를 그리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어떨까?
/양훈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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