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효과'는 유명인 또는 평소 존경하거나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방 자살, 자살 전염이라고도 하며 자살보도에 따른 효과로도 불린다.

요즘에도 언론에선 연일 자살보도를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래서 언론사 대부분이 자살보도는 되도록 비보도하는 방향으로 편집국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명인이 자살하거나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촌각을 다투듯 관련 기사가 포털 등을 통해 확산한다. 언론사회가 베르테르효과를 극대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쟁하듯 베르테르효과를 극대화하는 듯한 보도, 즉 뉴스가 뉴스를 낳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문제는 취재가 아닌 '베껴 쓰기'가 최근 언론환경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데 있다. 전화취재 방식으로 확인은 하지만, 현장 취재가 아닌, 보도된 내용의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 수준이다.

보도형태는 대략 이렇다. 언론사는 방송사, 전국지와 통신사, 인터넷지, 지역일간지 등으로 크게 나뉘는데, 전국지의 보도형태는 직접취재사건도 있겠지만, 연합뉴스를 기반으로 취재하는 경우가 많다. 연합뉴스가 보도하면 이를 따라 취재해 보도하는 방식이며, 인천일보와 같은 지역일간지의 기사 또한 이들 전국지의 취재 아이템이 된다.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며, 지역일간지 또한 방송사나, 전국지, 연합뉴스 등의 기사를 기반으로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봐야 할 문제는 자살보도다. 적나라한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보도하는 형태. 자극적인 기사의 제목으로 기사를 읽게 만드는 기사 등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의 기조와 같은 논리다.

최근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10년 주기 대책을 내놨다. 기본계획은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2021년 26.0명에서 2027년 18.2명으로 30% 줄이겠다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 2021년 자살자 수는 1만3352명에 달한다. 2021년 한국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OECD 표준인구로 보정하면 23.6명인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평균(11.1명)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자살 원인(2021년 기준)은 정신적 문제(39.8%), 경제생활 문제(24.2%), 육체적 질병 문제(17.7%) 순으로 많았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정신건강 검진 빈도와 범위도 대폭 넓히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 각자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정책을 직접 수립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전국 17개 시도에 생명존중 안심마을을 조성한다. 청소년이 많은 신도시에는 '학생 마음건강 마을', 어르신이 많은 농촌에는 '어르신 마음건강 마을', 아파트 지역은 '생명 사랑 아파트' 등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한 특단을 조치다.

언론인들도 이제 다시 한 번 자살보도에 대해 상기할 때다. 지난 2004년 처음 제정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언론인이 주도하에 지난 2013년 2.0, 2018년 3.0 버전으로 두 차례 개정돼 지금에 이르렀다. 기자들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각종 보도 준칙 중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비교적 잘 지켜지는 편으로 꼽힌다. 그동안 유명인들의 죽음을 다루는 언론 보도가 많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베르테르효과'를 유발해 자살률 증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각종 연구를 통해, 또 실증적으로 입증되면서 언론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커진 결과일 것이다.

기사 제목에서 '자살'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과 도구 등 언급을 피하며, '동반자살'을 '살해 후 자살' 등으로 쓰지 않는 건 이제 상식이 된 것이다. 기자들 스스로가 자살보도를 앞다퉈 보도하는 것이 아닌, 자살률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는 그런 대책을 이끌 수 있는 기획기사 발굴에 힘쓰는 것은 어떨까.

 

/김영래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