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황사는 이제 연례행사다. 주로 몽골과 중국에서 흙먼지가 날아들면서 일어난다. 바람에 따라 하늘을 덮었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모래흙이다. 몽골의 고비와 중국의 타클라마칸 사막 등지에서 발원한 황사는 이웃국가에 큰 피해를 준다. 조용히 인명과 재산 등 생활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재난'이다. 봄철에 주로 일어나는 황사는 국내에선 3월부터 5월까지 자주 관측된다.
역사적으로 황사 얘기는 삼국사기에 나올 정도다. 신라 174년 음력 1월 우토(雨土)를 표현했고, 백제에선 379년 음력 4월 흙이 비처럼 하루 종일 내렸다고 했다. 고구려에선 640년 음력 9월 3일 동안 햇빛을 볼 수 없었다고 기록했다. 고려사는 황사우(黃砂雨) 등으로 총 50건을 묘사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비에 섞여 내린 황사 등 모두 57건의 황사현상이 나온다. 기상 사례 중 유난히 황사에 관한 기록을 꼼꼼히 한 이유는 '정사에 대한 하늘의 응징'이라고 여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인천시는 이런 몽골발 황사 피해를 막으려고 몽골 현지에서 '인천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몇 해 전엔 국무조정실 국제개발협력본부에서 주최한 '개발원조 지자체 우수사례'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시는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8년부터 시민모금활동으로 몽골에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민·관협력으로 발전해 바양노르솜과 성긴하이르한 등지에 수십만 그루를 심었다.
그런데 숲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고 알려진 몽골에서 인천시에 나무심기 사업 확대를 요청해 고심에 빠졌다고 한다. 현재 몽골엔 사후관리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과 전담인력이 없는 데도, 최근 몽골 정부에선 오는 2030년까지 10억 그루 나무심기 캠페인을 벌이겠다며 산림청을 신설하는 등 조림사업에 의지를 보인다. 그만큼 시도 고민스러운 모양이다. 시는 우선 5월에 몽골 현지를 찾아 확대부지 사업여건과 기존 조림지 관리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조림지 조성엔 단순한 식재보다 어린나무 뿌리가 활착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사막화 방지 조림의 성패는 사업 완료 당시 상황으론 알 수 없고, 장기간 사후관리가 이뤄질 때 조림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춥고 건조한 환경의 몽골엔 나무가 자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기후 조건에다가 관련 예산마저 부족해 지속가능한 조치를 어렵게 한다. 시는 몽골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결정해야 하지만, 자칫 '희망의 숲' 조성 사업에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 기후변화 위기 속에 국가 간 지원과 원조 등이 아주 중요하지 않은가.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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