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실리콘밸리 은행. /사진=연합뉴스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자금 위기가 부상한 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하자 미국 정부는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다"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SVB 사태가 미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이번 조치는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나왔다.

당국은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고, SVB의 손실과 관련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재무부는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한다.

또 이날 폐쇄한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책이 마련됐다.

외신은 재무부 고위당국자가 이번 조치를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이들 은행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하며 이 은행들의 지분과 채권에 투자한 이들은 "쓸려나갈 것"(wipe out)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예금 인출 사태로 큰 손실을 낸 SVB를 지난 10일 폐쇄하고 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 바 있다.

미국에선 은행이 파산할 경우 연방예금보험이 한 은행 계좌당 최대 25만 달러까지 보호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등 기관들을 주로 상대하는 SVB의 경우 전체 예금의 거의 90%가 보험 한도를 초과한다.

이에 미 당국이 적극적인 예금자 보호조치를 강구하고 나선 것이다.

재무부 등은 미국 연방예금보험법상 특정 은행의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보험 한도를 초과한 예금도 보호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해법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조성한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담보를 내놓는 은행, 저축조합,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할 계획이다.

연준은 특히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SVB가 보유한 국채 상당량이 연준의 계속된 금리 인상 때문에 당장 매각할 경우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SVB가 보유한 총자산은 작년 말 기준 2천90억 달러로 고객이 맡긴 예금 1천754억 달러보다 많지만, 고객의 예금을 돌려주려면 국채를 액면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팔 수밖에 없어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재무부는 보험을 들지 않은 예금주를 지원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DIF)에 입은 손실은 법에 따라 은행에서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관련기사
SVB 사태 여진 속 코스피, 2,370대로 하락…외인·기관 '팔자' 14일 코스피가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여파 속 전일 대비 1.5% 넘게 하락하며 2,370대로 내려갔다.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0.24포인트(0.84%) 내린 2,390.36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을 키우면서 2,370대까지 떨어졌다.오전 9시 25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86포인트(1.53%) 하락한 2,373.74다.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인다.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79억 원, 925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 중이며 개인 홀로 1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