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책 한 권] 정세현의 통찰

국제 정세 힘 통용 '조폭 사회'
우크라이나 사태로 드러나

미중일 자국 중심화 한계 전망
'팍스 코리아나' 꿈 꿀수 있어야

통일로 가야한다고 하지만
남북 연합 현실적 선택될 수도
▲ 정세현 지음  푸른숲 292쪽, 1만9000원
▲ 정세현 지음 푸른숲 292쪽, 1만9000원

대한민국은 참 복잡하다. 지정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주변국은 모두 열강이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한국에 '미사일'을 쏠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 협박 중이다.

<정세현의 통찰>은 외교, 특히 남북 관계에 깊숙이 개입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쓴 국제 정세분석서이다.

정 전 장관은 대학시절 이용희 교수의 말을 통해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분별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분주하게 뛰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 중심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가 국가 목표에서 그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며 “내게 국제정치와 남북관계에 대한 전문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으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공공재”라며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본 대한민국 외교 방향을 담았다. 2부는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의 관계를 되짚었고, 3부에서는 미국의 패권 과정과 한국과의 국제관계를 살폈다. 4부와 5부에서는 김영삼 정부를 시작으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외교정책을 설명한다.

<정세현의 통찰>은 민주당 집권 시기의 통일 인식에 후한 점수를 줬지만, 국민의힘 정부의 통일 정책은 평가절하했다.

대한민국 외교는 복잡하다.

분단 후 지금껏 북한을 향한 외교 담론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에 대한 외교 정책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6자, 4자 회담과 다자간회담에서는 그나마 한국이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1953년 한국 전쟁 휴전 때 한국은 서명하지 못했다. 종전협정에 이은 평화선언은 우리 손으로 하기 벅찼다.

정 전 장관은 국제정세를 힘만이 통용되는 '조폭 세계'라고 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국제 외교 현주소를 설명했다.

여기에 팍스 아메리카나, 팍스 시니카, 팍스 자포니카 등 미국과 중국, 일본이 갖는 자국 중심의 국제질서 만들기의 한계와 그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은원' 관계인 중국, 일본에 대해 한국은 가까이도, 멀리하지도 않아야 하고, '팍스 코리아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래된 한국의 사대 외교 시작점을 찾았고, 지부상소(持斧上疏)의 마음으로 국내정치가 국제정치를 끌고 왔을 때의 난맥상을 광해군, 구한말, 현 한국 외교 상황에 빗댔다.

G2로 올라선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 그 속에 만들어진 미일, 한일, 한미일 관계 속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당시 정부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한국과 같은 유엔 가입국가이다. 북한도 국제적으로는 나라이다. 북한이 붕괴돼 한국이 흡수통일하려면 그건 국제법 위반이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박정희 정부와 노태우 정부를 거치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굳어진 남북의 '연방제'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정 전 장관은 남북을 유럽연합과 같은 비슷한 국가형태로 설명하며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통일이라는 말을 계속 입에 달고 살면 서로 적대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통일이라는 단어를 버리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통일로 가야 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10여 년이 더 지나면 통일이 아니라 연합이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쪽으로 국민 생각도 바뀔 것이다”고 밝혔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