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의 회색 캥거루떼./사진=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영국 BBC 외신이 호주 외딴 시골에서 벌어진 70대 남성의 비극을 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WA)의 주도 퍼스에서 400㎞ 떨어진 마을 레드몬드에서 한 77세 남성이 중상을 입고 자택에 쓰러져있는 것을 그의 친척이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경찰과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 목격한 것은 바로 노인 곁에서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며 접근을 막아서는 캥거루 한 마리였다.

경찰은 즉각 캥커루를 사살했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남성이 야생 캥거루를 애완용으로 기르려고 시도하다가 변을 당했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지 동물구조단체에서 캥거루과를 담당하는 한 전문가는 "해당 캥거루는 수컷 성체로 보이는데 이들은 공격적인 데다 포획된 상태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하며 "캥거루는 귀여운 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캥거루 전문가 그레임 콜슨은 "두 발로 서는 인간의 자세가 수컷 캥거루에게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전했다.

주로 호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서부회색캥거루 종은 개체별로 몸무게 54kg, 키는 1.3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공격적인 성격의 수컷들은 동족과 싸울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종종 덤벼든다고 알려져 있다.

근육질 꼬리로 몸통을 지탱한 채 뒷다리로 강력한 발차기를 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지난 7월에는 퀸즐랜드주에서 한 67세 여성이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뉴사우스웨일스주(NSW)에서는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머리에 깊은 상처를 입는 등 캥거루 습격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진 것은 1936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매우 드문 경우라고 외신도 설명했다.

1936년에는 뉴사우스웨일즈주(NSW)에서 38세의 남성이 캥거루의 공격을 받은 후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수개월 뒤 사망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대형 캥거루의 습격을 받은 반려견 두 마리를 구하려다가 턱뼈가 부러지는 등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