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바람이 동인천 양키시장의 골목을 휘돌아 나온다. 좁은 사이로 난 통로 곳곳에는 희망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상인들이 있다. 7년 전 만났던 송현자유시장(일명 양키시장)의 부흥사 김문수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망은 시장이 '개발되는 것'이었다. 2022년 8월31일 오늘은 송현자유시장 상인들이 개발방향에 대한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로 한 날이다.
'재생'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함'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개발 사업인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 촉진지구'는 푯대 없이 지난 15년 간 표류했다. 구도심 재생을 위한 의미대로라면 '낡거나 못 쓰게 된 동인천역 주변을 다시 가공해 잘 쓰게 만드는 사업'일 것이다. 긍정적인 의미임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 표류한걸 보면 분명 긍정적이지 못한 저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기다리는 상인들에게 그 긴 세월은 너무도 혹독한 시간이었을 거다.
2007년 인천시가 추진한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 촉진지구'는 개발 방식의 문제로 이견이 지속되어왔다. 핵심은 사업성 확보인데, 민간개발이냐 공공개발이냐를 놓고 송현자유시장 상인 등으로 구성된 ㈜중앙상사가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 당국도 적극적인 조율에 나서지 못하면서 사업은 오랜 시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 와중에 성실하게 살아오던 양키시장 상인들은 하나둘씩 생존을 위해 떠나거나, 연로한 탓에 생을 마감한 분들도 있다.
동인천역의 옛 명성을 되찾고 일대의 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인천시가 추진한 사업이지만 명성은 간데없고, 상권은 죽어갔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출구 없는 양키시장에서 상인들은 팔리지 않은 상품을 놓고 오늘도 손님을 기다린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견디기 힘든 안타까움에 가슴 한 편이 먹먹해 진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이제는 그들에게 돌아가기를 애타게 기도하는 8월의 마지막 날이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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