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나 고양이 같은 동물, 신과 천사 같은 초월적 존재를 내세워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 세상을 그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엔 고층 빌딩에 숨어 사는 신인류를 등장시켰다.

두 권짜리 신작 장편소설 <행성>이 코로나19가 세계에 맹위를 떨치던 2020년 프랑스에서 발표했다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베르베르의 전작들에 비해 디스토피아 성격이 강한 이번 작품에도 고양이, 쥐가 나온다.

전쟁과 테러, 감염병 때문에 인구가 8분의 1로 줄어들고 황폐해진 세계. 시스템이 마비된 도시는 쓰레기와 쥐들로 뒤덮였다.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는 쥐들이 없는 세상을 찾아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파리를 떠나 뉴욕과 신세계로 향한다. 그러나 뉴욕에 도착한 바스테트 일행을 맞이한 것은 알 카포네라는 우두머리가 이끄는 쥐 군단의 공격. 겨우 목숨을 부지한 바스테트의 눈에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보이고, 드론 한 대가 날아온다. 놀랍게도 뉴욕에는 약 4만 명의 인간이 쥐를 피해 200여 개의 고층 빌딩에 숨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프리덤 타워에는 102개 인간 집단을 대표하는 총회가 존재한다. 총회에서는 쥐를 없애기 위해 핵폭탄을 사용하자는 강경파가 대두하며 갈등이 심해진다. 바스테트는 103번째 대표 자격을 요구하지만 인간들은 고양이의 의견이라며 무시할 뿐인데…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