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제철은 지금, 섬멍 지음, 창비, 224쪽, 1만4000원
▲ 우리의 제철은 지금, 섬멍 지음, 창비, 224쪽, 1만4000원

우리 주변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하지만 혈연이나 혼인 관계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들의 삶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만화 <우리의 제철은 지금>은 제철음식이라는 테마를 활용해 단짠단짠한 여성 2인 가족의 삶을 조명한다.

매주 마감에 쫓기면서도 파트너인 망토와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살아가는 만화가 섬멍 자신의 이야기다. 원가족의 인정도, 법과 제도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가족을 이룬 탓에 '나의 제철은 언제인가' 싶은 회의감은 쉽게 찾아온다. 하지만 바로 오늘을 제철로 만들고자 생활에 열중하는 작가 섬멍의 태도는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공감을 호소한다.

걱정에 빠져 있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소중한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다보면 하나씩 쌓이는 빈 그릇의 높이만큼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풍성한 식욕과 함께 살아갈 의욕을 샘솟게 하는 이 만화의 장르가 사실은 누구나 웃음 짓게 하는 '일상 개그 만화'인 이유다. 찰진 유머와 깨소금 맛 나는 위트로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가족의 형태를 꿋꿋하게 꾸려나가는 두 여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다양성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만의 제철을 찾고 있는 모든 독자에게 풍성한 식욕과 살아갈 의욕을 동시에 북돋워 줄 작품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