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발달장애 자녀 성장에세이 '두 아이와' 쓴 김태완 작가]

“무너지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이 커갈수록 나도 단단해져
장애인 이해 도움되길 바라”
부족한 자립기틀 마련도 촉구
▲ 중증 발달장애 쌍둥이인 동주와 동표를 스물다섯해 동안 키워낸 엄마 김태완 작가가 지난 날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 두 아이와, 김태완 지음, 다행하다, 238쪽, 1만6000원

선생님들이 쌍둥이 형제가 산만하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여느 아이들과 내 아이들이 다르다는 것이 내 눈에도 보이지만 현실을 부정하면서 세 돌이 될 때까지 버텼다. 세 돌이 되어도 말이 늦어, 결국 인하대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청력검사와 언어 인지검사를 받았다. 약을 먹여 재워야 하는 검사과정은 쉽지 않았다. 쉽게 잠들지 않는 아이를 번갈아 업어 재우며 검사를 시행했다. 아이들도 힘들었고 나도 두 아이를 건사하느라 땀이 비 오듯 했다.

검사결과를 듣던 날, 늦되는 정도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발달이 느려 장애가 될 확률이 높으니 특수교육을 서둘러 시작하라고 했다. 무심하게 결과를 전하는 의사의 말을 듣고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병원을 급하게 빠져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두 아이를 양쪽에 꼭 안고서 '미안해 미안해, 너희들에게 이런 말 듣게 해서 미안해. 의사가 뭘 알겠니, 의사가 너희에 대해서 뭘 알겠니' 중얼중얼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는 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 괜찮대, 교육만 잘하면 괜찮대” (두 아이와 38∼39쪽)」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인 동주와 동표는 끝내 중증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올해 청년이 된 형제를 스물다섯해 동안 키워낸 엄마 김태완이 책을 썼다. <두 아이와>라는 제목을 붙였다.

책에서 그는 두 아이의 성장과 진학, 진로를 고민하고 하루하루 인생이 무너지도록 힘겹게 혹은 햇살이 쏟아지듯 환하게 산다.

“특별한 쌍둥이를 키우면서 불우한 적이 많았어요. 부끄럽고 위축됐죠. 이만큼 세월이 흐르고 보니 성장한 건 아이들뿐 아니라 나이기도 했어요. 용기를 내서 이 과정을 책에 펼쳐 냈어요.”

인천 동구에서 마을 단체 '안녕마을놀이터'를 운영하기도 하는 그는 이 책을 보고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산 좋고 물 좋은 시설에 가뒀습니다. 장애인들의 자립이 핵심이지만 사회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부모 없이 장애 아이들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