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산 진달래.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925년에 간행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은 이별의 슬픔을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대표적 작품이다. 소월의 시 가운데에도 정수(精髓)로 손꼽히는 이유다. 매년 진달래꽃이 피는 이맘때면 한번쯤 흥얼거리는 시 구절이다.

강화도에 자리한 고려산은 4월 초순이 되면 붉은 진달래로 온 산이 붉게 타오른다. 1년을 기다려 겨우 10여일만 볼 수 있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때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방문객 35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가 이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올해도 우리는 고려산 진달래에 다가 갈 수가 없다. 3년째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3년 연속 '고려산 진달래 축제'가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강화군은 축제를 취소하고, 고려산 등산로와 인근 주차장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축제를 열 수 없는 주최 측의 마음이나 눈앞에 진달래를 두고도 다가 갈 수 없는 시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나 매 한가지다.

“그대 진달래를 올해도 말없이 고이 보내 드려”야 하는 사진가의 맘도 아쉬움을 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주말부터 몸이 시원찮았다. 의심쩍어 검사를 했더니 결국 오미크론 양성판정을 받았다. 코로나를 피해갈 수는 없는가 보다. 집에서 꼼짝 못하고 일주일을 격리하게 되었다.

진달래 축제는커녕 뒷산 진달래 구경도 못갈 판이다. 이렇게 올해는 진달래를 말없이 고이 보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제발 내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진달래꽃 한 아름 따다 그들이 가는 길에 뿌리는 행복한 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