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동구 호구포로의 봄, 2021년

1926년 '개벽(開闢)' 6월호에 발표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일제에 대한 저항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절하게 노래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적 울분과 저항을 노래한 몇 안 되는 시다. 당연히 여기의 '봄'은 민족의 해방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그 후 60년이 흐른 1987년 6월 항쟁은 독재정권에 맞선 민초들의 목소리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민의 외침이었다. 이 시기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는 정규 앨범 2집에서 엄청난 대중적 반향을 일으킨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사계> 등을 발표했다. 이 중 '사계'는 봄 바람이 불어와도 공장에서 쉼 없이 돌아가는 미싱에 묻혀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노래했다. 이때의 '봄'은 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의 봄이었다.

다시 30여 년이 흐른 2012년 3월, 봄은 해방과 민주주의의 외침이 아니라 벚꽃이 흩날리는 꽃바람의 봄이었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온 산천을 벚꽃 노래로 물들이는 봄이었다. “봄 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사랑 노래 어떤까요......”

2022년 3월의 봄, 이제 우리는 무엇을 노래할 것인가? 아니 무엇으로 이 봄을 노래해야 하는가? 민족의 독립, 민주주의의 외침, 벚꽃 향기의 봄을 거쳐온 지금 말이다.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19로부터의 완전한 해방과 새로 탄생하는 정권에 대한 기대가 이 봄이 노래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이 이 봄을 코로나로부터 벗어난 해방의 봄이요,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국민의 삶이 더 좋아진 행복의 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봄날 아침이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