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는 돌발상황에 늘 긴장 안고 살지만, 보람 말로 다 못해"

공연 안전하고 부드럽게 진행되게
기획·조명·음향·기계 감독과 조율

무대 안팎 중재 벌써 18년차지만 …
새 작품 맡을 때마다 여전히 떨려

머리속 끝없이 큐 정리하고 외워
돌발상황 꼼꼼히 대비해야 안심
▲ 김봉곤 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이 무대 뒤에서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화려한 연출, 심금을 울리는 극본, 잘 짜인 연주와 연기를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무대다.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있다면 공연 무대엔 무대감독이 있다. 이들은 무대 안팎으로 공연 운영을 총괄하고 관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그렇게 무대 뒤에서만 꼬박 18년, 경기아트센터의 간판 공연엔 언제나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경기아트센터의 터줏대감 김봉곤 무대감독이다. 올해 18년 차 베테랑 무대감독인 그지만 여전히 무대는 새롭고 긴장된단다.

“오랫동안 일을 해 왔지만, 작품을 맡을 때마다 항상 긴장되고 떨리더라고요.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 큐시트를 수도 없이 익히고 외우면서 이미지를 스케치합니다. 연주자들도 악보를 보면서 끊임없이 연습하듯, 저희도 머릿속으로 큐를 정리해 갑니다. 그래야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거든요.”

김 감독은 무대감독의 역할을 피아노 조율사에 비교한다. 고유한 음을 내도록 음높이를 맞추는 형태가 마치 피아노 조율사와 닮아있다고 보았다.

“무대감독은 마치 피아노 조율사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습니다. 공연이 안전하고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게 기획, 조명, 음향, 기계 등 각 감독님과 조율하며 무대 전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진 예술감독, 연출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공연이 시작한 후에는 무대 뒤에서 무대감독이 공연을 이끌어 갑니다.”

경기아트센터에 몸담은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수많은 공연이 그의 손을 거쳐 갔지만 김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경기도무용단의 2019년도 작품, '황녀 이덕혜'를 꼽았다.

“모든 무대가 크건 작건 까다롭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최고의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무대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황녀 이덕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고 싶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스태프 50명과 무용단원 70여 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관객들과도 공연을 약속한 상태였기에 당장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죠. 공연 장면 중에 '이덕혜'가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고 이때의 순간을 지금도 잊기 어렵습니다.”

최근 김 감독은 경기도무용단의 '순수_더 클래식'의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순수_더 클래식'은 전통무용과 클래식 음악을 콜라보레이션 한 획기적인 공연 무대로 높은 관심이 모아졌다.

“순수란 것은 말 그대로 깨끗함을 뜻하는데 제목처럼 관객들에게 문화적 치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련한 공연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전통무용을 준비하는데 흥미로운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무대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무대감독, 언제나 긴장감을 안고 살아야 하는 절대 순탄치 않은 직업이란 것이 자명했다. 늘 긴장으로 살아온 세월 18년. 김 감독은 '무탈한 공연'하나가 오랜 시간 무대감독의 길을 걷게 한 원동력이라 말한다.

“우선 오랜 시간 믿고 맡겨주신 조직에 감사하죠. 사실 무대감독의 책임은 아주 무겁습니다. 아무 사고 없이 공연이 끝나고 났을 때의 희열감은 말로 표하기 힘들 만큼 보람됩니다. 무대는 힘든 순간을 잊고 또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제 삶의 터전이니까요.”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