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인 것의 귀환, 김종훈 지음, 창비, 380쪽, 2만원
▲ 시적인 것의 귀환, 김종훈 지음, 창비, 380쪽, 2만원

지금 시의 영역뿐 아니라 일상의 영역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시적 순간을 체험하고 기억하는 일이다. 우리는 합일의 실패가 은폐되었다기보다는 아예 전제된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랑의 순간을 담은 '나는 너다'는 이 세상에 다른 시간을 데려오는 일과 같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세상은 시가 필요하다고.

2006년 창비신인평론상으로 문단에 나온 이래 <미래의 서정에게> 등을 통해 서정시의 전통과 미래를 관통하는 평론을 써온 김종훈 고려대 교수가 그간 서정시의 궁극을 탐색해온 결실들을 묶어냈다. <시적인 것의 귀환: 초월과 존중과 희생의 시학>은 한국 현대 시의 전반적인 지형과 계보를 토대로 이 시대 비평가들이 맞닥뜨린 위기와 그것을 헤쳐나가는 임무 그리고 용기에 관해 이야기한다.

평론가의 시선은 삶과 죽음, 말과 말 너머의 세계를 넘나든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최초의 전율을 기억하고 그 경험을 잊지 않는 것이다. 김종훈의 글들은 이렇듯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자 사투로도 읽히는데, 희생과 존중을 말하며 끝내는 초월에까지 가 닿는 문장들은 강직하며 따스하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