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 태생 … 두번째 시집

도둑질은 나쁜 일이라 배웠다/ 나도 따라 뒷주머니에 수금한 돈을 넣었다/ 영수증은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점장이 오학년 일반 교실 뒷문을 열었고 나는 삼층에서 뛰어내렸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데 소 판 돈은 아버지가 훔쳐 달아났다/ 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버지를 내다 버렸다는데 아버지가 나보다 나이가 들어 돌아왔을 땐 아버지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사우디나 이라크에 간 친구들 얘기나 하며 괌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강화>부분)

시집 <내일은 어디쯤인가요>를 쓴 이병국 작가는 인천 강화에서 태어났다. 할머니와 아버지와 살다가 고등학교 시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인하대학교 진학한 대학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목이 '강화'인 이 시는 신문 배달 하던 유년의 기억이다. 부가 대물림 되듯 가난의 대물림은 훨씬 쉽고도 당연하다는 이치를 체득했을 즈음 그는 아버지가 중첩되는 지점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생계를 꾸린다는 것이 저에게 중요한 문제였어요. 40년 넘게 산 인천, 그중에서도 강화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겪은 내밀한 사적 표현을 시로 썼죠.”

학교폭력에 대한 경험도 시로써 고백한 작가는 그와 비슷한 결을 더듬으며 살아온 많은 이들과 희망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어한다. 힘든 누군가의 곁에 가만히 앉아 있는 위로, 그런 시를 쓰고 있다.

이번 시집은 부정적인 언어가 주를 이루지만 그 부정성의 현실 속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화자가 자기의 세계를 감당하려는 열렬한 노력으로도 읽힌다.

“누구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어요. 다들 나와 같다, 비슷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있죠. 한 치 앞이 아득할 때 '내일이 어디쯤일지' 찰나의 빛을 찾는 것과 같은 의미에요.”

이번이 두 번째 시집인 그는 인천작가회의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며 시와 평론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답답하고 힘이 들 때, 나는 왜 이렇게 슬프고 되는 게 없을까 좌절할 때 있을 때 이 시를 보며 마음이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는 순간 아무렇지 않아지니까요. 이미 지나간 일들은 내가 바꿀 수 없으니까요.”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