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동 보조간선도로 건설사업
부지 아래 '대형 수도관' 매설돼
수공 관리·감독 필요에도 불구
착공 강행하면서 통신선로 파손
추진 6개월 만에 공사중단 방치
▲ 용인시가 광역상수도관 등이 묻힌 땅 위로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감독기관인 수자원공사와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수지정수장 앞 도로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내 수백만 인구가 쓰는 광역상수도 인근에서 용인시가 일방적으로 수백억원대 도로공사를 강행하다 중단해 논란이다. 이 과정에서 수도관 근처 통신선로가 파손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해 한국수자원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1일 용인시 상현동 아파트 주민단체 등에 따르면 시는 2013년부터 상현동 306-16번지 일원에 길이 379m, 폭 20~23m 규모로 보조간선도로(중1-113호)를 개설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사업비는 약 23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아파트 단지와 마주한 지점에 죽전~광교 방향으로 도로를 연결,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 구조는 산지로 막혀 멀리 돌아가야 한다. 시는 지난해 6월 장비를 동원해 도로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추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중간중간 작업이 멈추더니, 올해 1월 들어서는 아예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공사 현장은 가림막과 펜스만 가득한 채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은 용인시의 잘못된 행정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로가 들어설 예정인 땅의 일부는 '수도용지'와 겹친다. 부지 아래에 대형 수도관 2기(직경 2.3m·1.8m)가 매설돼있는데, 경기남부 300만 인구와 삼성전자 반도체로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시설로 국가가 관리 중이다. 이곳에서 공사를 하려면 반드시 관계기관인 수자원공사 승인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용인시가 수자원공사와 사전협의 없이 굴착이나 다른 구조물을 수도관 위에 올리는 등 공사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그해 12월 현장에서 정수장과 연결되는 통신선로가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수도관은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수자원공사는 당시 굉장히 위험했던 상황으로 판단하고 제지에 나섰다.

공사는 수자원공사 직원의 감독을 받으며 이뤄져야 하지만, 당시 용인시가 공사착수 통보도 하지 않아 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시는 최근 사업계획을 재차 수립하고 파손시설 복구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 용인시가 광역상수도관 등이 묻힌 땅 위로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감독기관인 수자원공사와 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수지정수장 앞 도로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주민 A씨는 “어떻게 행정을 하길래 주요 시설에서 사고가 나고, 기관협력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시끌시끌하냐”며 “벌써 입소문 나서 주민들이 황당해하거나 불만을 품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자원공사 역시 불편한 심기를 보인다. 수자원공사는 앞서 도로개설로 인해 정수장 입구 위치를 바꾸는 등 협조했음에도 일부 주민들로부터 '사업을 왜 막냐'는 항의를 받는 등 난처한 입장에 놓였었다.

수자원공사 측은 주민들이 사업 관련 민원을 제기하자 '사전협의 없이 수도관 파손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공사를 했다"며 "협의 이행과 안전 시공을 요청했으나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등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굉장히 중요한 수도 시설이라 철저한 안전 계획이 세워져야 하고 (우리측과) 전반적인 논의도 돼야 한다”며 “파손시설은 시가 복구해주기로 했고, 몇 가지 조건을 두고 계속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교롭게 공사가 중지되면서 주민들이 오해가 있었는데 수자원공사는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시가 우리 요청에 대해 검토하고 보완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용인시는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협의에 큰 하자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협의를 잘 했어야 했다. 시가 너무 성의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죄송할 따름”이라며 “다만 오래된 기간 동안 협의를 해왔고 그래서 정문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협의가 없었다는 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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