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고 지정에 편의시설 무관
별도의 시설지원 근거도 전무

2주에 한 번, 등교수업 필요해
신체불편 학생 입학 머뭇거려

장애인도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는 수원시 한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정작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없어 지체 장애인의 등교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측이 시설지원을 받을 근거가 없어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13일 경기도교육청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방송통신고등학교는 '방송통신중학교 및 방송통신고등학교 설치기준령'에 따라 설립된다.

방통고는 때를 놓치거나 장애 등의 어려움으로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도교육청은 일반고등학교 중 방송고 희망 수요와 교직원 동의를 통해 부설 형태로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설립하며, 교육개발원은 온라인 수업을 지원한다.

방통고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정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2주에 1번,연 20회 주말을 통해 학교에 등교해 수업을 듣는다.

전국에 총 42개교가 있으며, 경기지역에는 수원 수성고와 수원여고, 의정부 호원고, 부천 상동고, 성남 서현고 등 5개 학교가 부설 형태로 방통고를 운영 중이다.

문제는 방통고 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별도의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4개 학교와는 달리 지난 1975년 설립된 수원여고 방송통신고등학교(재학생 300여명)는 엘리베이터 없이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측이 몸이 불편한 학생의 교실을 1층에 배치하는 배려를 하더라도, 음악실이 3층에 있어 수업을 위해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몸이 불편하거나 장애가 있을 경우 등교수업에 참여하기 불편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 3일 오산지역에 거주하는 김선아(가명·48), 이은순(가명·41)씨는 수원여고 부설 방통고에 입학 원서를 제출하다 이런 사정을 들었다.

이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입학서를 냈지만, 교사로부터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혼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가', '가족은 있느냐', '왜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느냐'는 등의 말을 들었다.

자칫 입학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색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에게 불쾌한 기분을 토로했다.

오산중증장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당연히 방통고에 입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학교가 입학을 꺼리는 것처럼 말해 불쾌했다”고 말했다.

수원여고 측도 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신체장애를 가진 1명의 학생이 입학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어 수업을 듣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수원여고 관계자는 “지난해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이 수업받으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우려의 마음에 질문을 했던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거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원여고는 지난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청했으나, 일반 학교시설개선사업과 동일하게 여겨져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은 방통고를 운영한다고 해서 별도의 시설 지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방통고를 지정하는데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은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설치도 다른 학교와 동일하게 학교 시설개선사업의 목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