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미도 낙조, 2022년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회사에서는 일주일 업무를 챙기는 보고회가 열린다. 이번 주 회의가 끝나갈 무렵 얼마 전 화촉을 밝힌 여직원이 새 생명을 잉태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소식을 접한 모든 직원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제 곧 명절 연휴에 들어간다. 평소 같으면 직원들은 연휴를 맞아 여행스케줄 짜며 들떠 있을 시기이지만 올해도 조용하다. 시간을 내서 평소에 모아 둔 적은 비용으로 해외여행을 가던 그 시절이 꿈같이 여겨진다. 여느 휴일이나 다를 바 없는 설 분위기가 안타까울 뿐이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어 전 지구를 다시 강타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여행은커녕 가족과 친지들이 서로 떨어져 명절 연휴를 보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사회적 거리보다 더 먼 마음의 거리를 스스로 세워놓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때다.

생명 잉태라는 희망과 오미크론 확산이라는 절망이 교차하는 날, 빨간 낙조가 바다를 물들이고 만선의 꿈을 가득 안고 거친 바다로 나가는 어부의 벅찬 출항길에 갈매기 떼가 동행했다. 황해바다는 여느 때처럼 어부의 벅찬 꿈을 보듬어 안는 듯 풍요롭게 출렁인다.

그래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아무리 어려워도 새 생명은 태어나고 누군가의 마음에는 희망을 담은 만선이 꿈이 꿈틀거리지 않는가. 혹한의 겨울 날씨 속에서 혹시라도 외면받는 어려운 주변이 있다면 한 번 더 살펴보는 풍요로운 명절을 기대해 본다. 호랑이해, 우리 회사 여직원의 순산을 간절히 기원한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