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선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
김장선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가족과 친지들과의 오랜 만남을 기대했을 법한데,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가 17일부터 설 연휴를 포함한 2월6일까지 3주간 '사적모임 인원 6인,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 9시'의 거리 두기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주부터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이 빨라지면서 이틀 전에는 국내 확진자의 20%를 차지하는 등 우세종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여러 나라에서도 오미크론의 폭발적 확산세로 의료 체계가 붕괴 직전에 이르고 사회 필수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이런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되기에 전국적 이동과 접촉이 이뤄지는 이번 설 연휴도 고향 방문, 가족·친지와의 만남과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2년간 코로나와 함께 하는 설 연휴를 보내게 됐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코로나, 이로 인한 방역조치로 사람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인내에 한계가 오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거 같다.

이는 올해 설 연휴 기간 열차를 타고 고향을 찾을 귀성객이 지난해 설과 추석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설 승차권 예매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철도(코레일)가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비대면으로 설 승차권 예매를 조사한 결과, 판매대상 좌석(창 쪽) 98만6000석 중 51만1000석이 팔려 예매율이 51.8%에 달했다.

지난해 설 연휴 당시 예매에서 판매된 33만4000석(일평균 6만7000석)이나 추석 연휴 당시 48만4000석(일평균 8만1000석)보다 늘었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심각한 우울을 겪고 있다는 실태 조사도 이를 보여준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2월) 우울 위험군(총점 27점 중 10점 이상) 비율이 18.9%로 나타났다.

우울 위험군 비율은 3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 22.8%보다는 낮지만, 3분기(18.5%)보다는 0.4%p(포인트) 상승했다. 우울 점수는 5.0점이다. 지난해 2분기 5.0점, 3분기 5.1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령대 중 가장 높은 30대의 우울 점수는 6.4점이었고, 성별로는 여성 우울 점수(5.7점)와 우울 위험군 비율(23.1%)이 남성(4.4점, 14.9%)을 웃돌았다. 특히 30대 여성의 우울 점수(7.0점)와 우울 위험군 비율(33.0%)이 높았다.

자살 생각 비율은 지난해 3월 16.3%에서 감소해 지난해 12월 13.6%로 내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의 9.7%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살 생각 비율도 30대에서 18.3%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17.3%로 뒤를 이었다. 자살 생각 비율은 남성(13.8%)이 여성(13.4%)보다 소폭 높았다. 이처럼 국민 정신건강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유행과 거리 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확진자·위중증·사망자 급증으로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됐다. 이번 설문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불안 점수는 지난해 내내 1.6∼1.8점 사이에서 유지 중이다.

지난주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가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호주 입국 비자가 취소된 데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지만, 호주오픈대회 출전은 불투명하다는 기사를 봤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사례다.

'개인의 자유는 존중한다. 하지만 다수의 안전을 위해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아직 대부분 우리나라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오미크론에 이어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거리 두기 등 강력한 방역조치를 유지해 나갈 것인지, 아님 위드 코로나로 갈 것인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는 먹는 치료제 도입으로 백신에 더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또 하나의 무기를 손에 넣었다고 하지만, 코로나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닌 이상 현 코로나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과 백신 조치는 유지하되, 앞으로 단계적 일상회복과 함께 국민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정책 비율을 점차 늘려야 한다.

 

/김장선 경기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