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 손병걸 지음, 작가마을, 238쪽, 1만4000원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 거울을 봐야 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저 시각을 잃어버리기 전의 기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를 뿐이다.”

인천작가회의 회장이자 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인이 두 번째 산문집 <내 커피의 적당한 농도는 30도>를 펴냈다.

손병걸 시인은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1997년 두 눈이 실명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 산문집은 모든 서글픔을 오로지 문학으로 녹여내 살아온 시인의 숨소리다. 우리 이웃의 이야기, 문학 이야기, 자신의 정신적 극복에 관한 이야기 등 지난한 삶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담담히 담아내고 있다. 또한 시인은 시각을 잃기 전 기억나는 한 장면 한 장면들을 새로운 시어로 세상에 투영시켰다.

하지만 산문집을 읽는 독자들은 시인의 서글픈 연대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시인은 매사 밝고 긍정적이다. 실제 손병걸 시인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다 보면 무척 유쾌하고 즐겁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시각장애인 손병걸 시인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보고 느낀 감성이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