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타락 산물 '부동산 투기'
▲ 두 마리가 곱게 짝지은 아름다운(麗려) 사슴을 뜻할 때는 麗(리)로 읽는다. /그림=소헌

소띠(辛丑신축) 새해를 엊그제 맞더니 이내 범띠(壬寅임인)가 내려온다. '한칼(韓字칼럼)'이 시대를 기록하는 사초史草를 지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주 우리 속담을 한자어로 만든 '4자속담'을 통하여 현실을 풍자하는 역할에 공을 들여왔다. 내년에는 우리를 둘러싼 인식이나 사물의 틀을 새롭게 하여 만날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을 현실에 접목할 것인데, 함께 책을 떼기를 권한다. 올해 모두 50편의 '한칼' 중에서 몇 편을 뽑아 세월을 반추反芻해 본다.

 

매부담토(魅不擔土)

땅은 도깨비도 떠메고 갈 수 없다. 돈은 도적맞을 수 있어도 땅은 가장 안전하고 없어질 걱정이 없는 재산임을 비유한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수사대상에 오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100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관련 공무원을 포함하여 다른 개발사업 모두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투기投機는 생산과 관계없이 땅을 통해 비정상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로서 자본주의 타락상을 대표하는 산물이다. 땅은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

 

 

우매독궐(愚昧犢獗)

과부 집 송아지 백정 부르러 간 줄 모르고 날뛴다. 위급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멋모르고 함부로 꺼드럭거리는 어리석은 송아지를 비유한다. 지난해 7월 통과한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셋값을 인상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되었다. 자신의 강남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하며 5%로 제한된 보증금을 14.1%로 올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업무상 비밀이용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이 수사를 앞두고 있다.

 

분견강구(糞犬糠狗)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자기는 더 큰 흉이 있으면서 도리어 남의 작은 흉을 본다. '제 흉 열 가지 가진 놈이 남의 흉 한 가지를 본다, 뒷간 기둥이 물방앗간 기둥을 더럽다고 한다, 그슬린 돼지가 달아맨 돼지 타령한다'는 속담과도 통한다. 지금 각 당에는 이름을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통령 후보가 가득하다. 그들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내 편 네 편이 없다. 상대가 누군지 그저 물고 뜯고 씹어대면 그만이다.

 

가화살충(家火殺蟲)

집이 타도 빈대 죽으니 좋다. 큰 손해를 보고도 사소한 이익에 만족하는 어리석음을 비꼬는 말이다. 특히 정치판에서는 예사일이 되었다. 빈대는 한자말이다. 빈대賓對. 손님(賓)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이다. 대개 남의 집( 면)에 갈(步보.생략형) 때는 빈손으로 가지 않고 화장지 같은 물건(貝패)을 들고 가야 대우를 받는데, 맨손으로 남에게 빌붙어서 득을 볼 때 '빈대 붙다'라고 한다. 선거철이 되면 빈대가 꼬인다.

 

장중위왕(掌中爲王)

손바닥 안에서 왕이 되다. 중종 역시 조광조(趙)의 위세가 커지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이를 눈치챈 남곤·홍경주 등은 대궐 후원에 있는 나뭇잎에 꿀을 찍어 走肖爲王(주초위왕-조씨가 왕이 되다)이라는 글자를 써서 벌레가 파먹게 하였다. 그리고는 밤중에 대궐로 들어가 왕에게 고한다. “조광조 무리가 모반을 꾀하려 하옵니다.” 그렇게 해서 조광조는 서른여덟 나이에 개혁이라는 꿈을 펴지도 못한 채 사약을 받게 된다(기묘사화.1519).

 

이택위태(麗澤爲兌)

맞닿아 있는 두 연못이 서로 물을 대주니 마르지도 넘치지도 않고 윤택하다. 주역周易의 58번째 괘인 '兌(태)'에서 따왔다. '연못'을 뜻하는 괘가 위아래에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마치 '소녀' 둘이 기쁘게 웃는 모습을 나타내며, 벗끼리 서로 도와서 학문과 덕을 닦음을 비유한다. 더 나아가서는 다른 마을의 사람들이 서로 통하여 순조롭다는 뜻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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