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했다.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이 5번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 때문이다. 수험생들의 반발에도 '문제없다'던 평가원은 오류를 제때 바로 잡지 않았고, 소송전 끝에 법원으로부터 수능 출제 문제로 가치가 없다는 뼈아픈 말도 들어야 했다.

결국 이 문항은 응시생 전원 정답처리가 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평가원이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을 이기겠다고 수험생들이 낸 응시료로 로펌 선임에 3000만원을 쓰면서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5번이란 평가원 정답을 쓰고도 전원 정답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도 진행형이다. 특히 생명과학Ⅱ 응시자들의 입시 전략에도 혼선이 예상된다.

생명과학Ⅱ 문제오류는 세계에서도 주목받았다. 집단유전학 분야의 석학 조너선 프리처드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해당 문항의 오류를 지적하며 “고등학교 시험에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출제된다는 것이 놀랍고 인상적”이라고 했다. 찬사로 들리지 않는 것은 내 착각일까.

코로나 속에서 두 번째 치러진 올해 수능은 '불수능'이 됐다. 그야말로 법정까지 가는 문제를 만들고야 말았다. 과연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웠던 그 세월을 평가원이 알고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코로나19 2년 차를 맞은 우리 교육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지난해에 이어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은 내실을 기하기 어렵고, 일부 학교들의 경우 학년 교과서 진도를 모두 끝내지 못한 채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학교에 갈 수 없다 보니 한 반에 결석하는 학생들은 한두명이 아니다. 코로나에 확진된 학생들도 계속되다 보니 자가격리와 온라인수업 등이 반복되며 친구 간 교류가 불가능하다.

이달 1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당시 유 장관은 어렵게 시작한 전면등교가 수천명에 달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신종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기로에 섰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을 학교 경험을 상실한 세대로 만들 수 없으며 장기간의 교육결손, 사회경제적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출하게 될 장래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적극 협조해 줄 것도 당부했다.

학교가 단지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닌 것은 맞다. 교육부 이야기처럼 학교는 아이들의 삶의 공간이며 일상이며 사회 그 자체다. 그러나 아무리 전면등교로 일상회복을 꾀한다 하더라도 현실은 여전히 코로나19에 묶여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수능은 이를 지켜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이 정답'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하게 했다.

코로나 상황에도 사교육 시장을 떠도는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해 보인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1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87.2%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심해졌다고 응답했다. 또 사교육비 지출이 이전보다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57.9%였다. 국민권익위는 교육격차에 대한 불안감이 사교육비 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현장을 무시한 올해 수능이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은 뻔하다.

학원에 백신패스를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반발하는 학부모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세계적 재난이 닥치더라도 아이들을 과목별 학원으로 몰아넣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또 국가 교육 미래를 위해 설 립됐다는 평가원이 보여준 올해 수능 역시 현실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이번 수능은 우리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 왔는지 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인성교육을 주장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맞혀야만 대학 문턱에 들어설 수 있는, 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에서다.

2년간 학교 현장이 잃어버린 시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채 이상만 좇는 정책은 외면받는다. 가뜩이나 고된 입시현실에서 코로나로 더 답답해진 현장을 직시하지 않은 공감 없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부디 끊임없이 사교육을 권장하며 사교육으로 통제하는 정책이 끝나기를 바란다.

 

/이은경 사회부장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