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는 고기잡이, 양식 등 어업에서 쓰는 어업 도구로 물속에 있는 그물이나 닻의 위치를 알려준다. 부표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재질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2019년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앨버트로스'는 육지에서 3000㎞ 넘게 떨어진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 해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페트병과 플라스틱 부표 사이에서 앨버트로스 어미 새가 플라스틱 이물질을 새끼에게 먹이로 주고, 이를 먹은 새끼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장면을 보여줘 충격을 주었다.

우리나라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마다 6만7000t 발생한다. 버려진 어구와 부표는 연간 3만6000t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을 해양 쓰레기 가해국으로 지목하고 있다.

2017년 6월 국제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이 충남 소길산도에서 죽은 채 그물에 걸렸는데, 부검해 보니 뱃속에 중국·한국의 폐비닐이 가득했다. 2019년 국립생태원이 바다거북 40마리 폐사체를 부검했더니 모두 플라스틱이 나왔다. 지난해 인하대 김태원 교수 연구팀은 제주도 한림읍에 좌초된 참고래의 소화기관 등에서 1.2m 낚싯줄을 포함해 45개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했다. 참고래는 최대 25.9m까지 성장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고래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Red List)에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돼 있다.

인천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인천일보 취재팀은 천연기념물 제391호인 백령도 사곶해변에 플라스틱 부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해변에는 통발과 뒤엉킨 그물, 스티로폼 뭉치 등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했다.

바다에는 장벽, 국경이 없다. 해류가 오대양을 잇는다. 생명체들은 해류를 따라 세계 곳곳을 오간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도 마찬가지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 각국의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유엔환경총회(UNEA)는 2014년 해양 플라스틱 대응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플라스틱 저감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72년 독일 등 12개국이 폐기물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을 방지하는 '오슬로 협약'을 맺었다. 2018년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선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의제로 다뤘으며,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예방·감소·관리를 위한 행동 계획이 담긴 성명을 채택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업사이클링 작가를 비롯한 예술가들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로 예술작품을 만들며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에서 바닷가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주워 예술작품 등을 만드는, 한 업사이클링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작업실 한쪽에 놓인 유리부표를 그때 처음 보았다. 눈동자처럼 둥근 유리부표에는 바닷속 깊고 푸른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인천시와 해양수산부는 국립해양박물관에 소장된 유리부표를 '10월 해양유물'로 선정했다. 이 유리부표는 1950년대 정치망 어선에서 사용한 어구이다. 유리부표는 값싼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부표가 나온 1970년대 전까지 널리 사용됐다. 유리 소재라 내구성이 좋아, 잘 부서지는 스티로폼 부표와 달리 미세플라스틱 배출이 없다.

요즘은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 소재의 친환경 부표가 보급돼 스티로폼 부표를 대체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이라고 말하지만 이 부표들도 플라스틱이긴 마찬가지고 내구연한도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유리부표가 눈처럼 빛나던 시절이 단지 추억거리로만 머물어서는 안될 듯싶다.

 

/조혁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