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의 끈질긴 감사 결과 최근 도내 사립유치원들의 낯뜨거운 비위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많은 사립유치원이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의 전면 도입을 반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듯하다.

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 915곳의 6년치 회계장부 등을 들여다봤다. 유치원생 밥값을 인건비로 사용하는 등 멋대로 운영해온 곳이 수두룩했다. 모두 5517건을 적발했는데, 사립유치원 1곳당 평균 6개의 비위가 드러난 셈이다.

감사 결과 교비 사적 사용과 목적 외 사용이 사립유치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설립자가 유치원 개원 전 구비해야 할 설비를 개원 후에 원비로 집행하거나, 불법증축에 따른 건물 취득세를 원비로 집행해오다가 적발됐다. 또 학부모에게 방과 후 학습 등을 명목으로 받은 비용 중 사용 후 잔액을 환급하지 않고 무단으로 인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특성화프로그램을 기준을 초과해 운영하고 학급당 정원을 초과해 운영해오다가 적발됐다. 심지어 무상급식지원금으로 급식 운영과 관련 없는 물품을 구매하거나 급식종사자 이외의 인건비를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회계, 교무학사, 급식, 시설·계약, 예·결산, 차량 분야 등 대부분에서 비위가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모두 5517건의 비위를 적발해 중징계 101건, 경징계 283건 등 384건의 신분상 징계를 내렸다.

비위대상자에게는 신분상 징계 외에도 511억원의 재정처분이 내려졌다. 재정처분은 개인 회계로 빼돌린 비용을 유치원 회계로 원상복귀 시키는 '보전' 처분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학부모에게 돌려주는 '환급', 교육청 또는 지자체로 반납하는 '회수' 처분 순으로 많았다.

재정처분을 받은 유치원은 49곳 중 11곳은 명령을 이행했으며 29곳은 계획에 따라 이행 중이다. 반면, 나머지 9곳은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회계 부적정 집행과 허위거래 등이 중하다고 판단된 27개 유치원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 감사를 거부한 21개 유치원에 대해서도 고발조치를 했다. 이들은 대부분 재판 과정 중 감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으나 6개 유치원은 현재까지도 감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감사관은 “전수감사는 종료되지만, 사립유치원의 부정·부패가 다시 불거질 경우 감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도교육청은 2019년 3월부터 원아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또 2020년부터는 모든 유치원을 대상으로 에듀파인을 도입하도록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했다.

사립유치원들의 비위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 교육부가 내린 조처다.

2018년 10월 경기도교육청이 사립유치원 실명을 공개한 감사 실태를 보면 회계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공금을 제멋대로 사용한 사례가 대다수였다.

동탄의 유치원은 유치원 체크카드로 명품 가방을 사거나, 노래방과 성인용품점 등을 이용해 약 7억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동탄의 다른 유치원은 설립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아들(원장)에게 기본급 월 2000만원, 남편(행정실장)에게 기본급 월 1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급여를 과다책정했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안산의 유치원은 유치원 운영비로 160만원짜리 개인 김치냉장고를 구매하고, 차량유지비나 식사비 등으로 1000여만원을 사적으로 썼다. 교금을 설립자나 자녀 등 가족을 위해 사용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동탄의 또 다른 유치원은 설립자의 자녀가 소유한 체험 학습장 부지에 대해 3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월 950만원씩 지난해 6월까지 총 1억385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했다. 또 이 체험장에 교육용 시설물을 설치한다는 이유로 7550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하는 등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이번 비위가 드러난 사립유치원들은 도교육청의 감사를 계기로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훗날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을 벗을 기대를 할 수 있다.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