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을 선도하던 국가기간 통신망 사업자인 KT가 지난달 25일 대형 사고를 쳤다.

이날 오전 11시 20분부터 최소 40분 이상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중단되면서 큰 혼란이 야기됐다. 말 그대로 전국이 일시에 멈춰 섰다.

전국 곳곳의 가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단순 인터넷 검색부터 증권_상점의 결제시스템, 기업 업무시스템 등 KT 인터넷 전반에 걸쳐 서비스가 불통했다. 온라인 주식과 가상화폐 거래도 중단됐다. 피해액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들이 화가 더 치밀어 오른 것은 KT의 사고를 대처하는 태도다. KT는 사태 초기에 '디도스 공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정원 등 정부가 디도스 공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입장이 나오자, 돌연 KT는 장애가 발생한 지 2시간여 만에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라고 입장을 정정했다.

KT는 “초기에는 교통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지만 면밀히 확인한 결과 부산지역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점을 인정했다.

KT 구현모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내고 “장애로 불편하게 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속하게 보상방안 또한 마련하겠다”고 했다.

KT가 남을 탓하다가 뒤늦게 인재라는 점을 인정하고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보상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피해를 본 고객 입장에서 보면 속 터질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 이용약관(손해배상)에 대한 불만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다.

KT 인터넷 이용약관에는 'KT가 이용고객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에 그 뜻을 회사에 통지한 시간과 회사에서 인지한 시간 중 이른 시간을 기준으로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할 때'라고 손해배상 부분을 명시했다.

수년간 회사 광고를 통해 광통신망을 내세워 빠른 속도를 자랑하던 KT가 이용약관 손해배상 부분에선 정작 속도와 시간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온라인 기반 사회에서 단 1초 만 통신이 멈춰도 큰 피해가 야기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정책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약관이 이용자 중심이 아니라 KT 사업주 입장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는 “3시간 연속해 통신이 중단되거나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 한해 손해를 배상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불공정 약관”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KT가 제1 국가 기간통신망 사업자인데도 손해배상과 관련해 뒤떨어진 약관을 운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연속 3시간'만 외칠 게 아니라 직접 피해접수창구를 열어 국민의 피해 상황을 접수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배상 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지어 KT 내부에서조차 안일한 경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T 새 노조는 2018년부터 최근 3년간 KT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임원의 성과급 규모는 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매년 크고 작은 통신장애가 발생했지만 임원들은 수억원의 성과금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새 노조는 '통신장애 사태는 경영진이 통신 마비를 우려한 장비 이중화 등에 대한 시설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2018년 아현 지국 화재 사태를 겪고도 통신기업으로서의 근원적 성찰의 기회를 날린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임원들이 3년간 받은 100억원 상당의 성과급을 반납할 것을 KT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비난의 여론이 들끓자 KT는 뒤늦게 피해보상과 이용약관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번 떠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1분 1초 빠름을 말하는 KT의 태도가 민심의 시계보다 3시간쯤 뒤떨어져 있어 보인다. 이러고도 국가기간 통신망 사업자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KT가 발표할 대책안이 그동안 쌓인 이용자의 불신을 얼마나 해소할지 궁금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김기원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