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마주했다. 대학생 10명 중 7명이 구직을 단념했다는 조사 결과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대학생 27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5.3%가 구직을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고작 9.6%였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서'가 64.9%, '전공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10.7%,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가 7.6% 등의 순이었다.

이른바 '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을 나와도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은 너무나 많고, 많이 배웠다 해도 쓸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서글픈 분석밖에 하질 못하겠다.

대규모 채용을 이어왔던 대기업들의 채용 방식도 변화하며 취업시즌에도 청년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정기공채가 점차 사라지면서 수시채용 전환 분위기가 강하다. 삼성, SK, 포스코, 신세계 등이 공채를 유지하고 있으나 SK는 내년부터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사회 흐름에 맞게 대규모 채용이 아닌 수시로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겠단다. 이는 인턴이라는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바로 업무에 투입이 가능한 어느 정도 경험을 가진 경력자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 인턴 채용도 바늘구멍일 것이 뻔하고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경력을 쌓을 기회도 얻기 힘들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청년이란 이름을 붙인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학졸업 당시 외환위기라는 IMF세대로 현재 젊은이들과 같은 고민을 했던 내 입장에서 볼 때 오늘날이 더욱 잔인한 시절 같다. 취업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암담하기는 마찬가지겠으나 연애, 결혼, 취직 등 모두를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분위기가 그렇다. 취업은 바늘구멍인 데다 기업들이 어려워 실직자가 늘고 있지만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취업을 못해 학비 대출 갚을 길은 막막하고 결혼이라는 꿈은 집값이라는 높은 벽 앞에 막혀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에도 젊은이들 간 빈부 격차는 더 커졌다.

김회재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30대 내 자산 하위 20%인 1분위 평균 자산은 2473만원으로 전년 대비 64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인 5분위 평균 자산은 8억7044만원으로 7031만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산 5분위 배율은 2019년 33.21배에서 지난해 35.20배로 더 확대됐다.

집에 빚은 있었을지언정, 청년 개인 빚은 그래도 덜했다는 IMF가 더 낫다는 이야기들까지 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정치권은 2030을 주목했다. 여당의 참패가 청년들의 분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정책과 공약들이 끊임없이 나올 것이 뻔하다.

대선 후보들에게 붙은 갖가지 의혹 꼬리표와 어떻게 잘 먹고 사느냐가 중요한 2030세대에게 정치권에서 오가는 공방은 결코 '힙'하지 않은 데다 '구린'것이며 '올드'하며 '꼰대 짓'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변화없는 정치권이 내놓는 정책이나 공약은 또다시 현실감 떨어지는 허황한 것일 게 뻔하다.

현재 사회 중심이자 허리인 2030의 미래는 곧 우리 미래다. 이들의 절박함이 계속될 때 우리 미래 역시 절박할 수 있다.

그저 표를 구걸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꿈 꾸는 2030이 많아질 수 있는 정책이 간절하다.

이 글을 쓰는 내내 2030을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는 나는 그들의 인생 선배로 미안함만 남는다.

 

/이은경 사회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