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슛을 시도하는 강민우.

 

▲ 슛을 시도하는 김도현.

 

 

“핸드볼 경기를 7명이 뛰거든요. 그런데 선수가 딱 7명 뿐이에요. 핸드볼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이라 아이스하키처럼 수시로 교체를 하면서 경기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예 바꿔줄 여력이 없는 거죠. 또 한 명이라도 다치면 경기를 포기해야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기도 하고.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4강에 올라 정말 기쁘지만, 한편으론 불투명한 미래에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핸드볼 종목에 출전 중인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가 그야말로 불꽃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정석항공과학고는 현재 선수 수가 경기에 반드시 필요한 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갑자기 터진 코로나19로 시합과 훈련이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이 시간이 꽤 길어지면서 올 해 2월 무려 3명의 선수가 거의 동시에 운동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은 선수 7명 중 골키퍼가 2명이라, 현재 1학년 골키퍼 장승현은 불가피하게 필드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그럼에도 정석항공과학고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 강호 청주공업고등학교를 32대 30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청주공고는 올 해 치러진 전국대회에서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면서, 동시에 선수 수도 정석항공과학고의 두배가 넘는 15명이다.

그럼에도 정석항공과학고는 이날 전반전 11대 15 열세 상황을 후반전에 뒤집어 결국 32대 30으로 역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11일 치러진 8강에선 무안고등학교를 무려 28대 17로 대파하며 4강에 진출, 최소 동메달을 확보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수시로 교체를 하면서 뛰어야 하지만, 선수가 딱 7명 뿐이라 한 순간도 쉬지 못하고 시합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모든 선수들은 경기 후 ‘말을 할 힘도 없이’ 기진맥진한 상태로 코트 위에 쓰러진다.

그럼에도 정석항공과학고 선수들과 지도자는 여전히 “할 수 있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20016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우 지도자는 “솔직히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매 경기가 기적이다. 선수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이 있는 상태지만 서로 믿고 도와주면서 ‘코트 위에서 내가 한 발 더 뛰겠다’는 자세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쁘면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랜 전부터 핸드볼 선수들을 위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은 물론, 심리상담을 통한 멘탈 관리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인천스포츠과학센터 관계자 여러분에게 너무 감사하다. 또 평소 적극 지원해주시는 김종찬 교장선생님 역시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 동행, 현장에서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돌봐주고 있는 인천스포츠과학센터 이은재 박사는 “지금 선수들이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만나 수년째 동반자로서 함께했다. 매 경기 후 탈진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 뭔가 벅찬 느낌이다. 서로 똘똘뭉쳐 기적을 만드는 선수와 지도자들 모두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한편, 정석항공과학고는 13일 대전광역시 대표인 대성고등학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대성고는 고등학생이지만 성인 핸드볼 국가대표인 이창우(골키퍼)를 보유하고 있는 강팀이다.

그럼에도 정석항공과학고는 올 해 열렸던 국내 대회에서 대성고를 만나 2승 2패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올 해 가장 중요한 대회인 전국체전에서 대성고등학교를 다시 만난 정석항공과학고가 어떤 경기를 펼칠 지, 핸드볼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구미=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시체육회

 

▲ 수비 중인 정석항공고등학교 선수들.